[월요논단] 미국의 디지털경제

미국 상무성은 지난 4월 15일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The Emerging Digital Economy)」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정보화가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각종 수치를 내놓음으로써 기술을 모르는 경제학자 내지 거시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정책입안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1996년에 미국 경제가 지난 30년래에 처음 보는 호황을 맞았으며 이런 성과의 원인이 정보기술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산업의 성장률은 타산업 성장률의 두 배에 가까우며 또 정보산업의 성장이 전체 경제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는 95년의 경우 41%나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산업을 뺀 물가상승률은 3.3%인데 정보산업이 1%의 감축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전체 물가상승률을 2.3%로 낮췄다는 결과도 제시했다.

정보산업이 생산성 향상에 미친 효과도 지대하다. 미국의 정보기술 종사인력은 7백40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연평균 임금은 4만5천7백37달러로 기타분야 종사자 연평균 임금 2만8천 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그뿐 아니라 85년에서 96년 사이에 타분야의 임금은 연 3.8% 오른데 반해 정보기술 분야는 5.2% 상승했다. 또한 이 분야의 고용 증가율은 3%로 타분야의 평균 증가율 1.3%보다 높으며 이 분야의 고용인구가 다른 부분을 앞지를 뿐만 아니라 96년부터 2006년 사이에 소프트웨어 인력만 두 배의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용 자본재 투자에서 정보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80년대 15%이던 것이 96년에는 45%로 증가했다. 그리고 「포천」지의 보고에 의하면 이같은 정보통신 투자분은 1년내에 80%가 회수된다고 한다. 그만큼 자금의 효율성이 높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은 놀랍다. 인터넷 가입자수는 95년에 5천만명이던 것이 1년 사이에 두 배인 1억으로 늘었다. 인터넷 통신량은 1백일마다 두 배씩 늘어 1년이면 10배 정도로 증가한다. 또 이 보고서에는 디지털 경제가 실제로 기업경영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원들이 1년에 69달러의 회비만 내면 1백만종 이상의 일용 잡화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센단트사의 97년 판매고는 12억 달러나 된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최근 정보통신기술을 최대로 활용, 운송뿐 아니라 통관업무, 고장부품 대체 업무처리까지 고객에게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내셔널반도체 같은 회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아시아지역 고객에 대한 배달 날짜를 4주에서 1주로 줄이고 물류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시스코는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총 비용의 17.5%인 3억6천3백만 달러를 절약하고 있으며 손님들도 이 서비스 덕분에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20%나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제너럴 일렉트로닉은 과거 10년간 자재비가 16%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도 이익을 남겨 왔다. 한 예로 발주업무를 전산화함으로써 구매과 직원을 60% 감축할 수 있었고 구매 비용을 20%나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2002년에 인터넷으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의 액수는 3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은 국경이 사라져가고 정보화 기술은 순식간에 세계 곳곳에 전파되는 시대가 됐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기술적으로나 자원면으로 보나 경제의 규모로 보나 이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못할 근본적인 저해요인은 없다. 다만 문제는 우리의 인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제도, 관습, 문화 등이 이것을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저해요인이다. 우리도 빨리 디지털 경제를 도입하여 생산성과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명백하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디지털시대에 맞게 법률과 제도를 혁신하고 모든 국민을 시급히 계몽해야 할 것이다.

<이용태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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