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1)

『반장님, 어제 감식반에서 하지 않았을까요?』

『다시 한번 확인해봐. 어제는 단순한 사건으로 판단해서 테라코타를 확인하지 않았어. 누가 저렇게 윤이 나게 했는가를 확인해 보아야겠어.』

『알겠습니다.』

『테라코타가 저렇게 반질반질 윤이 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듯이 이 사건도 꽤 오랫동안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사건 같아.』

그때였다. 출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들어가도 됩니까?』

작은 키에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사내.

『어떻게 된 것이지요?』

조 반장과 강 형사의 시선을 감안한 듯 머뭇거리다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에 사는 여자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누구시지요?』

『네. 바로 위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이곳에 사는 혜경씨와 친분이 있습니다.』

『그래요?』

『혜경씨가 어떻게 된 것인가요?』

조 반장은 사내의 얼굴을 살폈다. 도수 높은 안경 너머로 매우 집중력 있는 눈빛을 가진 사내였다. 긴장하지 않았고, 매우 침착했다. 하지만 조 반장은 그 사내의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그러나 사건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만치 않은 눈빛이었다.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죽었습니다. 그 여자, 어저께 죽었습니다.』

『네, 죽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왜 죽었습니까? 어떻게 죽었습니까?』

그다지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표정의 흔들림도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똑똑하고 젊은 여자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평상시에 매우 건강해 보였는데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럼, 살해된 것입니까? 아니면 자살한 것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도 하는데요.』

『그것도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한데 죽은 여자와는 어떤 관계이지요?』

조 반장은 느닷없이 등장한 사내에게 말을 던지고는 그 사내의 눈빛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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