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6)

『조 반장님, 그 돈을 찾아간 사람이 의심스러운데, 어떤 사람인지 확인되었습니까?』

『강 형사, 돈을 찾은 사람의 신원은 이미 확인되었어. 조선족 교포야.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었어.』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1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1년이 되었고, 일은 구로공단 쪽에서 하고 있었어. 지금은 어디 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바로 수배가 될 거야.』

『그럼 그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냐. 이런 사건 한두 번 겪어보나? 상황이 단순할수록 사건은 복잡하게 되어 있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그 중국교포는 범인이 아닐 거야.』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실 수 있으시지요?』

『느낌이야. 이런 느낌은 하루이틀 사이에 생기는 것이 아니야.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느끼는 느낌은 경륜에 따라 달라져. 이번 사건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야.』

순찰차 뒤쪽 창에서 태양이 쏟아지고 있었다.

종로 양편의 가로수 잎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어 금은방을 털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고, 어제는 창연 오피스텔에서 일동은행의 여자직원이 죽었고, 오늘 그 여자와 관련된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제대로 쉴 사이도 없이 대형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혜경.

조 반장은 어렵지 않게 혜경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어제 창연오피스텔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인.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죽어 있던 그 여인을 처음 보는 순간에도 조 반장은 그 사건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상황은 단순했지만 사건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여인의 죽음은 우발적이며 충동적으로 저질러진 사건이 아니었다. 얼굴도 깨끗했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뛰어난 미모와 육감적인 육체였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육체였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그 여자의 몸은 균형 잡히고 아름다웠다.

표정도 단순했다. 긴박감이나 공포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고통의 표정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건을 다룰 때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현장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이 단순할수록 사건은 복잡했다.

사건 하나 하나마다 느낌이 달랐지만 이번 사건을 처음 접하면서부터 복잡하고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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