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월드컵 D-20] "월드컵 특수" 환호성 들린다

「프랑스 월드컵 특수를 잡아라.」 전자 관련 업체들이 갖는 공통 명제이다. 이미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을 치뤄낸 국내 산업계지만 이번 월드컵이 주는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다르다. 단순히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로서 뿐아니라 이를 통해 IMF라는 반갑지 않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 진출 결정 이후 시작된 업체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이제 2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앞두고 업체들의 정점에 서있다.

<편집자주>

최근 골퍼 박세리의 미국 LPGA 메이저 대회 우승은 골프를 모르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도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힘이다. 스포츠의 힘은 결국 돈과 직결된다. 박세리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 공식후원업체인 삼성그룹에 직간접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사상 첫 16강 진출을 기대하게 하는 프랑스 월드컵이 가져다주는 경제적효과는 규모면에서 한 골퍼의 미국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가져오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축구를 어느 운동 못지않게 아껴온 국내 정서를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다. 국내 전자 관련 업체들이 이를 판촉의 호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 월드컵이 직접적인 수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전자제품은 TV와 VCR 등 일부 제품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어떻게 자사 제품에 연결 시켜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느냐 하는 것이다.

TV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마다 국내외 시장 모두 수요가 5% 정도 늘어난다. 전체적인 수요증가 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 5%가 월드컵 기간을 포함한 3달 남짓한 기간동안 늘어난다는 점에서 「특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미국 월드컵이 열린 94년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이들 제품의 수요는 모두 9천7백만여대였는데 월드컵을 전후한 3개월간 증가폭이 20%를 상회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 시장의 경우에는 지난 94년 월드컵에서 별다른 특수를 올리지 못했다. 당시 시장 규모는 예년의 증가폭 3% 선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가전 3사들이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예년의 월드컵과는 다르게 여기고 있다. 국내 시장이 IMF이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TV수요가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은 이러한 구매위축이 불안 심리에서 연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적절한 구매 요인이 제공 될 경우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가전업체들은 바로 16강을 노리는 월드컵이 이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20% 정도 수요가 늘어 한달에 TV판매량이 적어도 15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모델별로는 스포츠 관람의 생명인 현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대화면 기종인 프로젝션 TV등 대형TV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 이 기간동안 25인치 이상 대형 TV판매 비중이 80% 선에 이를 전망이다. 내수시장의 수요는 16강 진출시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증가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내수 시장에서는 TV보다 VCR의 판매 증가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시간 정도 시차를 갖고 있는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지역적인 여건은 VCR 수요를 부추키기에 충분하다. 가저업체들은 현지에서 오후나 저녁에 열리는 경기가 우리시간으로 새벽에나 볼 수 있어 녹화를 해놓고 보고 싶은 시간에 볼 수 있도록하는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에 판촉의 초점을 맞춰 놓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5월부터 월드컵 기간이 끝나는 7월5일 까지 2달 동안 올들어 4월말까지 VCR의 평균 판매량이 평소보다 30%이상의 수요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내수시장보다 보다 확실한 특수 현상이 나타나는 해외 시장에도 상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지화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스포츠 마케팅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판매 확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프랑스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LG전자는 월드컵휘장권을 활용한 1백97개국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국내 생산물량을 늘리고 국내외공장 가동율을 높이는 등 특수에 대비한 물량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가전업체를 비롯해 각 전자업체들도 직접적인 특수가 기대되는 제품 외에는 대부분 월드컵을 연계한 판촉을 통해 제품 수요를 유발하는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 내용은 월드컵 판촉 이벤트와 광고를 통한 이미지 연관 작업, 월드컵 관련 판촉물 제공, 경품행사 등이다. 월드컵16강 기원하는 이벤트로는 삼성전자가 가전제품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해태전자가 「준비된 16강 준비된 세일」이라는 주제의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또 나래이동통신이 16강진 출시 사용료 및 부가서비스 이용료 면제해 주는 내용의 판촉안을 공개해 놓고 있고 두고정보통신이 16강 진출시 16만원 할인행사, 세진이 16강 업그레이드 행사를 실시하거나 준비중에 있다.

광고의 경우 예선을 통과하면서 국민들의 염원인 「16강 기원」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것들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삼성의 명품TV 플러스의 차범근 감독 편을 비롯, 한국통신프리텔의 16강 진출을 주제로 한 골문광고 등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밖에도 냉장고나 에어컨을 축구와 연계시켜 고객에게 어필하는 광고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경품은 월드컵 기간중에 현장으로 초청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다소 파격적인 행사를 LG전자와 모토로라반도체통신, 한국휴렛팩커드 등이 실시하고 있다. 축구공과 붉은 악마 유니폼을 경품이나 판촉물로 활용, 홍보 효과를 높이는 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월드컵이 다가 올수록 이를 소재로 한 각종 광고, 판촉이 확대되면서 전자업계의 월드컵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제 월드컵이 내재하고 있는 수요 잠재력이 표출돼 지나치게 얼어붙은 국내 전자 시장을 얼마만큼 해빙 시킬 수 있는가가 주요 관심사다. 월드컵의 16강 진출을 이룩하는 월드컵 팀의 선전과 이를 통한 침체된 전자산업의 경기회복을 기대해 본다.

<박주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