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1)

『조선족이야.』

『조선족이요?』

『그래. 조선족 중국사람이야.』

『그럼 그 조선족 동포가 범인이라는 말인가요?』

『아직 알 수는 없어. 모든 통장이 그 조선족 이름으로 만들어졌어. 그리고 그 사람이 각 은행에서 돈을 찾은 것 같아. 감시카메라의 테이프를 확인하면 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차장님, 이번 사건에 중국동포까지 연계되었다면 보통 사건이 아니겠는데요?』

『글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어쨌든 보통사고는 아니야. 이제 바로 경찰에서 들이닥칠 거야. 현미 씨도 어제와 그저께의 상황을 미리 정리해 놓아야 할 것 같아.』 『혜경 씨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알 수 없지. 수사가 진행되면 어떻게 연계되었는지 밝혀지게 될 거야. 혜경의 단말기와 패스워드가 사용된 것을 보면 좌우지간 이번 사건과 연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어.』

프리지어.

현미는 혜경의 자리에 놓여있는 프리지어를 비롯한 여러 개의 꽃다발을 떠올렸다. 이번 사건을 설명하면서 어쩔 수 없이 등장시켜야 하는 혜경을 경찰은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차장님, 혜경 씨 자리에 놓여있는 꽃들은 어떻게 하지요? 경찰이 오면 번거로울 것 같은데요.』

『치우지.』

현미는 김 차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오면서 이번 사건이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중국 동포까지 관여가 된 것이었다. 50억. 그 많은 돈을 무엇에 쓰려고 했을까. 그 돈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혜경의 시체에 대한 부검결과가 나와 사인이 밝혀지게 되면 이번 사고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인가.

여전히 프리지어 꽃향기가 강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현미는 한동안 혜경의 자리에 놓여있는 꽃다발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혜경의 근무태도와 생활을 볼 때 이번 사고에서 느끼게 되는 범죄성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혜경과 범죄자의 모습을 일치시킬 수 없었다.

현미는 혜경의 자리에 놓인 꽃다발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 진한 향기가 현미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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