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CIS 주전산기 선정 "잡음" 끝이 없다

국내 전산역사상 단일규모로는 최대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통신의 고객정보시스템(CIS) 주전산기 선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통신이 요금계산과 고객대응 부문의 CIS 주전산기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스스로 정해놓은 시험규정을 어기고 일진과 디지털이퀴프먼트(DEC)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면서 야기되고 있는 것.

한국통신은 지난 3월 2차 성능시험평가(BMT) 때 DEC 시스템이 클러스터 장애시험과 메모리 채널 허브, 콘솔 구성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도 이를 합리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클러스터 장애대처 시험은 주전원과 노드의 전원스위치를 동시에 끄고 전원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의해서만 예비시스템이 작동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 즉 3클러스터로 구성된 시스템은 2개 노드를 주전원스위치와 함께 파워오프했을때 나머지 1개 노드가 예비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인데, DEC 시스템BMT에서는 주전원을 계속 살려놓음으로써 사실상 장애대처 시험의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또 컴퓨터가 작동중 갑자기 다운될 경우를 대비해 클러스터 이중화가 필요한데 DEC는 3개의 노드를 메모리 채널 허브와 연결한 클러스터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단일(1개) 허브로 구성, 제안함으로써 1차 BMT 때부터 「불가」판정을 받는 등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DEC의 내부 컨피그레이션 매뉴얼상에도 3노드 이상일 경우에는 2개 허브로 이중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2차 BMT후 CIS 계약심의위원회의에서도 2개 허브로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결국 추가로 1개 허브를 더 제공하기로 했다.

콘솔은 시스템 본체에 직접 연결돼 시스템 가동(부팅)시 시스템의 하드웨어 관련작업을 수행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으로, 이번에 한국통신의 제안요구 사항은 워크스테이션급으로 X-윈도를 지원하고 디스크를 내장한 콘솔이다.

이에 대해 DEC는 부팅기능을 하는 더미터미널 1대와 통합관리 기능의 워크스테이션 1대 등 2종류의 콘솔을 제안함으로써 한 종류로 부팅과 통합관리 기능을 함께 지원하는 한국통신의 단일 콘솔장비 요구규격을 위배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DEC의 콘솔구성이 다소복잡하지만 기능 수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통신이 제안요구한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일진과 DEC 컨소시엄을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에 대해 일부 중대형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의 시스템 도입시 제안요청서 문구 하나하나의 규정위배 때문에 탈락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대형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2차 BMT에서 DEC허브에 대한 다운데스트를 실시하지 않은 데 대해 『원래 시험항목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콘솔 규격위배에 대해서는 『승용차를 구입할 때 가격대 성능이 가장 우수한데도 백미러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해서 다른 차종으로 바꾸겠냐』고 반문했다.

또 클러스터 장애대처 시험시 주전원과 노드의 전원스위치를 함께 내렸다고 주장(DEC)하고 있으나, 시험평가시 점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비디오 촬영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와 관련, 최근 한국통신이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원이 특별조사에 나서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냄으로써 앞으로의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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