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생산 감축 시급"

3년간에 걸친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과잉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사업을 분리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을 재정비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혁과 함께 국내업계간 우호적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 전자정보산업연구실 주대영 박사는 12일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방안」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도체업계는 현재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압박, 미국 및 EU 등 선진업계의 반덤핑 제소 위협, 미의회 및 반도체업계의 IMF 지원자금 사용 규제요구, 미국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국내 기술인력 스카우트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은 구조개혁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 박사는 『국내 반도체업계는 그동안 공급과잉 위험을 무시하고 막대한 규모의 단기차입에 의한 방만한 설비투자를 통한 메모리 중심의 외형성장에 집중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의사결정구조 및 지배구조의 왜곡으로 호황시 여유자금을 반도체 이외의 새로운 사업확장에 투자하는 등 수익성보다는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신장에 역점을 둔 결과 세계 반도체 경기침체와 과잉투자로 인한 채산성 악화 등 내우외환의 극한적 상황까지 겹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박사는 따라서 국내 반도체업계가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사업의 경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와 2차전지 등 대규모 장치산업과 사업을 분리 하거나 동시투자를 억제해 위험을 분산하고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계열사간 반도체사업과 세트사업을 합병해 기업간 및 기업내 구조개혁을 동시 추진하며 △메모리사업에 대한 외국기업과의 획기적인 합작투자 또는 지분참여 강구 등 구조조정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박사는 특히 『국내 기업간 강력한 협조체제 구축을 통한 생존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관련한 여러 시도는 자사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각 업체의 근시안적 태도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선 메모리부문부터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감산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메모리분야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주력제품을 선정해 역할분담을 하는 방식으로 상호 구매해 완성품에 채택함으로써 원가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최근 대우전자가 TV용 IC의 구매선을 외국업체서 삼성전자로 바꿔 큰폭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밖에 △해외 현지투자법인의 과감한 합작투자를 추진하거나 매각을 통해 본사의 부채부담을 경감해야 하며 △기술인력의 기업간 이동 활성화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 창업확대 및 대학교수의 민간기업 겸직 제도화 등 사업활성화를 위한 경영진의 결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주 박사는 특히 『기업의 구조개혁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연진의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일수록 경연진이 결정적인 전환점을 정확히 파악해 성장엔진을 더욱 가동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IMF이후 국내 반도체업계가 맞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는 결합재무제표의 조기도입을 비롯해 상호 채무보증 해소를 위한 적대적 M&A 허용과 외국인 주식취득제한 폐지 등과 같은 정부의 구조조정 촉진시책을 적극 따라야 하고 국외적으로는 미국 및 EU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제소움직임과 기술인력 스카우트 등에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한편 그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경기가 점차 호전돼 매출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은 있으나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3사는 평균부채가 3백88%에 달하는 등 과도한 부채와 고금리로 인해 매출액에 대한 금융비용이 높아 경상이익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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