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모뎀] 국내 시장 동향

「56kbps모뎀시장을 잡아라.」

국내 모뎀업계의 시선이 56kbps모뎀에 집중되고 있다. 모뎀제조업체들은 연초부터 모뎀업계의 화두로 부각된 56kbps제품에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선점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상에서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이 커짐에 따라 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속모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모뎀업체들의 관심이 56kbps모뎀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56kbps모뎀이 황금어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6kbps모뎀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모뎀업체들이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따라 모뎀시장은 고속화현상이 급진전되면서 기존 시장을 주도해온 33.6kbps모뎀을 누르고 이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두배가량 빠른 56kbps제품이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모뎀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락웰코리아, 한국쓰리콤, 자네트시스템, 맥시스템, PC라운드 등 15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락웰코리아와 한국쓰리콤은 세계 모뎀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국 록웰 세미컨덕터시스템스와 스리콤의 한국현지법인으로 국내 모뎀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락웰코리아의 경우 국내에 시판되는 모뎀 가운데 90% 가량의 모뎀칩을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쓰리콤은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56kbps모뎀 유통시장에서 약 80%에 해당하는 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외국업체에 대응해 국내 모뎀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중견모뎀전문업체로는 자네트시스템, 맥시스템, 삼백텔레콤 등이 꼽히고 있다. 또 대형PC업체들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우통신이 자체적으로 56kbps모뎀을 생산하고 있으며 LG IBM, 삼보컴퓨터 등이 모뎀전문업체로부터 모뎀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아 자사 PC에 채택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들어 56kbps모뎀시장의 급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은 바로 이 제품에 대한 국제표준이 채택된 것. 그동안 56kbps모뎀 보급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표준문제가 최근 「V.90」이라는 최종표준의 확정으로 해결됨에 따라 이 시장이 급부상해 국내 모뎀시장은 올하반기를 기점으로 56kbps모뎀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56kbps모뎀의 표준규격 확정에 따른 모뎀시장의 환경변화로 자네트, 삼백텔레콤 등 국내 모뎀제조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 IBM 등 주요 PC제조업체들도 자사의 주력 PC에 56kbps모뎀을 기본으로 채용하는 등 56kbps제품 공급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쓰리콤은 56kbps모뎀의 보급확산을 위해 기존 자사 56kbps제품을 새 표준인 V.90규격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업그레이드 대상품목을 지난해 출시한 US로보틱스 56kbps팩스모뎀 등으로 정하고 한국쓰리콤 홈페이지와 넥스텔, 넷츠고, 엘림네트 국내 주요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네트시스템과 맥시스템 등 국내 모뎀전문업체들은 올하반기부터 56kbps모뎀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 전체 생산량 가운데 70% 가량을 56kbps제품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민형PC인 「M6000시리즈」, 삼보컴퓨터는 보장형PC인 「체인지업PC」, LG IBM은 맞춤PC인 「멀티넷시리즈」 등에 각각 56kbps모뎀을 잇따라 채택하고 나서 56kbps모뎀시장의 활성화는 초읽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PC업체들이 자사 전략제품에 56kbps모뎀을 기본 내장시킨 것은 56kbps모뎀이 통신비용을 획기적으로 시킬 수 있고 인터넷과 멀티PC통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모뎀 및 PC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극심한 내수불황으로 국내 56kbps모뎀시장의 활성화 시기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 1, 4분기부터 56kbps모뎀이 33.6kbps제품을 제압하면서 주력제품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는 세계 모뎀시장 추세와는 달리 국내 모뎀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인한 경기침체로올하반기경에 56kbps제품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기침체로 인해 현재 국내 모뎀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또다른 현상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실속형 모뎀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내장형모뎀에 사운드와 비디오, 랜(LAN)카드 등을 한데 묶어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통합카드(일명 콤보카드)가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콤보카드는 지난 96년부터 꾸준히 출시되어 주로 내부공간에 제약이 많은 노트북PC용으로 채택되어 왔다. 그러나 올들어 LG전자, 대우통신, 세진컴퓨터랜드 등 주요 PC업체들이 저가형 데스크톱PC를 중심으로 콤보카드를 잇따라 장착하면서 콤보카드시장이 본격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자네트시스템에서 팩스모뎀과 사운드카드를 결합한 콤보카드를 공급받아 자사의 맞춤형PC에 채택하고 있으며 대우통신은 주기판과 VGA카드, 사운드카드를 결합한 콤보카드를 자체 개발해 저가형 PC모델에 적용할 예정이다. 세진컴퓨터랜드도 자사 멀티미디어PC에 이같은 콤보카드를 장착하고 있다.

여기에다 락웰코리아는 조만간 저가형PC시장을 겨냥해 56kbps급 모뎀과 사운드, 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콤보카드용 칩을 집중 공급할 예정이어서 콤보카드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콤보카드의 경우 단일기능의 모뎀에 비해 신뢰성과 성능면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카드를 설치하도록 PC에 내장된 슬롯도 줄여 PC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큰 호평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IMF여파로 주머니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가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모뎀도 단일기능의 모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콤보카드의 공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콤보카드와 더불어 모뎀업체들이 올해 전략상품으로 소프트웨어(SW)모뎀을 선보이고 있어 기존 하드웨어모뎀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산전자가 이미 56kbps급 SW모뎀을 출시한데 이어 락웰코리아와 한국쓰리콤도 조만간 SW모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함께 일부 국내 모뎀전문업체들이 하반기 SW모뎀 출시를 목표로 PCTEL, 모토롤러 등 SW모뎀 선두업체와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올하반기부터 소프트모뎀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모뎀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콤보카드와 SW모뎀 등 56kbps모뎀의 신규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국내 팩스모뎀시장은 6백억원(60만대) 가량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