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89)

김지호 실장은 맨홀화재 용의자로 추정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는 말을 조 반장에게 한 것이었다.

『어렵지 않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김지호 실장의 말에 조 반장은 바로 말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 김승민이라는 사람 다른 전과가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이번 사건 이외에는 전과사실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네, 보시면 알겠지만 인상도 깨끗합니다.』

김지호 실장은 조 반장의 뒤를 쫓아 유치장으로 따라가면서 어떤 사람인지 몹시 궁금했다. 단순히 그 사람의 모습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맨홀에 화재를 발생시켰느냐 아니냐 하는 것과는 다른, 그 사람의 기술능력이었다. 만일 그가 맨홀화재와 위성장애, 자동절체시스템 시스템다운 등 이번에 발생한 통신사고를 전반적으로 조정했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경이에 가까울 정도의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 실장님, 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시겠습니까?』

순간 김지호 실장은 망설였다. 제대로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출력물을 읽고 확인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 반장님, 아닙니다. 이번에는 얼굴만 보고 가겠습니다. 먼저 반장님께서 주신 자료를 다 보고 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얼굴만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조 반장은 황금장에서 연행된 김승민이 갇혀 있는 유치장으로 김지호 실장을 안내했다. 여럿 중의 하나. 하지만 바로 구별할 수 있었다. 조 반장이 지적해준 사람의 모습은 유치장 안의 다른 사람과 확연히 구별되었다.

맑은 눈, 갸름한 얼굴. 지적인 모습.

김지호 실장은 지나치듯, 하지만 한동안 김승민을 바라보았다. 범죄자가 아니었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전문기술자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코 이 사람이 이번에 통신대란을 일으킨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김승민의 얼굴과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니었다. 결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 반장님, 됐습니다. 이제 가시지요.』

『아니, 벌써 다되었습니까?』

『네. 이만 가시지요.』

김지호 실장은 먼저 돌아서 유치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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