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88)

제10부 시뮬레이션 (7)

김지호 실장은 조 반장이 건네주는 A4 크기의 출력물을 받아들고 겉장을 살폈다.

제목이 「맨홀」이었다.

그 제목 바로 아래 「김승민」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김승민.

『반장님, 연행된 사람이 이 사람입니까?』

출력물에 쓰여진 김승민이라는 이름을 가리키며 김지호 실장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헌데, 어떻게 잡혔지요?』

『맨홀에 화재가 발생한 날 밤, 「황금장」의 창살을 자르고 침입하려다 현장에서 연행되었습니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낮에 그 사람의 집을 수색할 때 컴퓨터에서 이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컴퓨터요?』

『그렇습니다.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가장 최근에 작업한 파일에 이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내용이 꽤 길었는데, 파일로 복사해서 이곳에서 출력을 시킨 것입니다.』

『김승민, 이 사람 무슨 일을 하고 있지요?』

『직업은 소설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대학강단에도 서는 모양입니다만 직업은 소설가로 말하고 있습니다. 대학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조 반장이 넘겨준 자료를 천천히 넘겼다. 천천히, 하지만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조 반장이 말을 이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번 화재사건과 그 전개방식이 너무 같아요. 내용이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이 글을 완성시키기 위해 사고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에 실장님께 연락드린 것입니다.』

김지호 실장은 한 장씩, 한 장씩 천천히 내용을 넘겨갔다. 빼곡하게 쓰여진 원고. 대충 훑어 보아도 시나리오처럼 보여지지는 않았다. 차라리 긴 문장의 소설 원고처럼 보여졌다.

맨 끝. 김지호 실장은 맨 끝을 확인했다.

「침투」

글의 소제목이 침투로 되어 있었다.

『반장님, 그 사람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 연행되어온 그 사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어려우시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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