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광장] 컴맹 교수님 가르치는 학생 컴도사 "귀하신 몸"

요즘 대학가에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무살 안팎의 학생들이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 옆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이다. 학생과 교수의 역할이 서로 뒤바뀐 것이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은 바로 컴퓨터 활용에 관한 내용이다.

학교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대규모 전산네트워크를 설치해 다양한 학교행정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강의를 디지털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교수들이 컴퓨터나 네트워크 환경과 친숙하지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문, 사회계 교수들의 경우 연령층이 높은데다 지금까지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컴퓨터와 친해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당국은 다양한 컴퓨터 활용 강좌를 개설해 교수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집단교육으로는 아무래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활용하다 막히는 점이 있더라도 많은 교수들이 「체면」 때문에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를 망설이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를 잘 아는 학생이나 컴퓨터 전문가들이 교수의 방을 직접 방문해 컴퓨터의 이모저모에 대해 가르쳐 주는 「방문 도우미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교수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다가 생긴 문제를 해결해주고 여러 가지 활용법을 알려주는 컴가정교사인 셈.

숙명여대의 경우 교수들이 학교 전산원에 도움을 청하면 그때그때 전산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을 파견해 도움을 주고 있다. 숭실대의 경우는 도우미의 역할을 주로 조교들이 대신하고 있다. 교수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비교적 스스럼 없이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는 아예 방문도우미 서비스를 제도화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컴퓨터를 새로 배우고 싶거나 컴퓨터 활용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교수는 누구든지 홍익대 정보전산원에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컴퓨터 아르바이트생을 요청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수강비」중 60%는 학교에서, 나머지 40%는 교수가 부담한다.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서 도움을 주니까 훨씬 손쉽게 컴퓨터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나 나이가 많은 교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오세원 홍익대 전산망 실장의 말이다.

이외에 컴퓨터 방문교육을 실시하는 네트로21 등에도 컴퓨터 활용과 관련해 도움을 청하는 교수들의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대학교육도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교수님들을 컴맹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도우미들의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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