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좁은 맨홀 속에서 복구요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케이블 접속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눈빛. 김지호 실장은 그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개의 통신 케이블에는 2천 개 가량의 회선이 모아져 있다. 그 케이블 여러 개가 길게 연결되어 우리가 이용하는 전화통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케이블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두 군데서 접속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케이블의 심선 하나하나는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연결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빠른 손놀림.
김지호 실장은 복구요원들의 눈빛과 손놀림을 바라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직 완전히 유독가스도 빠지지 않은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두운 맨홀 속에서 손끝에 피가 맺힌 채 복구작업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개인과 직장을 떠난 하나의 신성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일까. 왜 유사이래 가장 큰 통신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기분이 상쾌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해지만 그 사고처리에 있어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복구요원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맨홀 속을 걸었다. 불에 탄 흔적은 많이 제거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 그 잔재가 남아 있었다.
수직 맨홀.
김지호 실장은 수직맨홀 앞에서 김 대리에게 물었다.
『이곳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
『아닙니다. 이곳은 수직 맨홀로, 수중 모터가 설치되어 있다고만 들었습니다.』
『그래. 이곳이 발화지점이었어. 한번 들어가 보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수중모터의 전원을 공급하는 분전반 과열로 인한 화재였다면서요?』 『그래.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발표되었지.』
『그렇다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현장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
『네. 수직 맨홀까지 청소하지는 않았습니다. 내려가 보시지요.』
가파른 층계로 되어있었다. 좁은 난간, 검정 그을음이 묻어 나왔고 도로 위로 지나치는 차량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발화지점.
김지호 실장은 새삼스럽게 발화지점인 분전반 쪽으로 다가갔다. 불이 처음 난 곳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화재가 발생했고, 어떻게 번졌는지는 의문이었다.
『김 대리, 이곳이 바로 발화지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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