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68)

통제실. 여전히 조용했다.

업무일지를 쓰던 지 과장이 김지호 실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 과장. 이번 맨홀 화재사건에 대한 용의자가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대.』

『용의자요?』

『그래. 화재가 난 날 종로쪽 황금장에 침투하려다 경비회사 직원에게 연행된 자가 있었대. 그 자의 컴퓨터에서 이번에 발생한 맨홀화재와 진행과정이 똑같은 시나리오가 확인되었다는 연락이 왔어.』

『이번 사고가 정해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말씀인가요?』

『내용은 확인이 필요해. 하지만 사고발생 시간과 장소는 같다고 했어.』

『실장님, 이번 화재에 대한 발표는 이미 끝나지 않았나요? 수중 모터의 분전반 과열로 인한 화재로 공식발표된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그랬지. 하지만 이상한 점은 있었어. 인위적 요소가 느껴졌어. 맨홀 화재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고와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더욱 이상한 점들이 많아. 특히, 동시에 모든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야. 누군가 치밀한 준비와 완전한 시니리오를 가지고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거야.』

『실장님, 그렇다면 그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체포되었다는 말인가요?』

『아직 확정지을 수는 없어. 그 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연행된 것이 아니야. 맨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자동절체시스템이 다운되어 난리가 나던 날 밤, 종로쪽에 있는 보석상을 털다가 현장에서 연행된 거라고 했어. 그것을 수사하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시나리오를 찾았다는 거야.』

『혹시, 그 보석상점을 털기 위해서 사고를 친 것은 아닐까요?』

『그럴 리가 있겠나?』

『모를수록 무식한 것입니다. 통신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 사회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는 경우에는 의외의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통신대란이 만일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면 거기에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어야 했어. 그런 능력을 가진 자들이 금은방을 털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야.』

『실장님,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자들은 그 능력을 자랑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커들이 바로 그런 것 이닙니까? 그들에게 해킹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 기술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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