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업계에 구조조정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복사기업계는 신도리코,롯데캐논,코리아제록스등 복사기 3사와 현대전자,대우통신등 대기업 2사등 전문기업과 대기업 구도로 양분되어 왔으나 올들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일부 업체가 복사기사업을 포기하거나 일본 복사기업체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면서 시장경쟁구도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복사기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인원감축 및 경비절감 등으로 구조조정작업을 단행해오면서한차례 지각변동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그 첫 신호탄이 이달들어 전격단행된 일본 후지제록스의 코리아제록스 지분 완전인수와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현대전자의 복사기사업 포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복사기업계는 5개사 구도에서 일본 후지제록스의 전면 등장과 현대전자의 퇴진으로새판짜기 작업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후지제록스의 지분인수에 따른 직접 진출과 현대전자의 복사기사업 포기는 일본 업체들과의 합작이나 기술제휴관계를 유지해오던 복사기업계에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후지제록스가 코리아제록스의 한국측 합작사인 동화산업의 보유지분 50%를 완전인수,국내 복사기시장에 직접 진출해 그동안 신도리코,롯데캐논과 합작관계를맺어온 일본 리코와 캐논의 향후 움직임이다.복사기업계 관계자들은 리코나 캐논등 일본 업체들이 한국 복사기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지분확대나 직접진출 방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신도리코는 최근 일본 합작선인 리코의 지분을 17.51%에서 20%로 늘리도록 허용함에 따라 리코의 입김이 더욱 커지게 됐다.이번 신도리코의 지분확대 허용은 리코가 합작초기 지분 50%를 점점 축소하면서 악화된 관계를 봉합하고 협력체제를 다시 강화함으로써리코의 직접 진출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복사기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캐논도 최근 판매부진에 시달리면서 합작사인 캐논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이 회사는 그룹차원의 구조조정과도 맞물려 있어 향후 행보에 관련업계의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복사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캐논의 경우 그룹의 주력업종이 첨단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이어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되면 정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코리아제록스와 마찬가지로 지분인수를 통한 캐논의 직접 진출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의 복사기사업은 그룹의 구조조정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복사기시장에서 대우통신과 함께 대기업군의 양축을 형성해 온 현대전자는 최근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누적적자로 인해 한계사업으로 분류해 온 복사기사업을 정리키로 한 것이다.
현대전자는 지난 90년에 복사기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일본 샤프사와 기술제휴를통해 핵심부품을 들여와 녹다운(KD)방식으로 보급형 및 중고속기 아날로그복사기인 「벨로즈 502시리즈」 10여개 모델을 생산, 공급해왔다. 이 회사는 분당 50장 이상을 복사하는 고속기의 경우 샤프사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들여와 판매해왔으나 올들어 내수불황과 환율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복사기사업을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됐다.
이에따라 앞으로 대기업의 복사기시장 지배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기업중에서유일하게 복사기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통신의 복사기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보인다.
복사기업계관계자들은 『특히 내년부터 복사기시장이 전면 개방되기 때문에 일본업체들의 직접투자를 통한 진출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일본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OA 3사와 대기업으로 양분화된 국내 복사기시장의 경쟁체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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