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국제 의료기기전] 의료정보화 시스템

의료기관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보다 배 이상 늘어난 의료기기 리스료 환차손 부담과 수입 의료용품 가격 급등 및 조달 차질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각종 경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병원 신, 증축은 물론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기기 구입비마저 축소하거나 전면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IMF 여파에 따른 경영난 외에도 보다 원초적이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지금 의료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IMF로 인한 일시적인(?) 환차손이나 자금난보다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하면서 나타날 병원환경의 변화란 환경오염 요소에 따른 수요자 부담금 증가,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병원간 무한경쟁 불가피, 의료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경비절감 및 효율성 경쟁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료정보화를 시스템별로 세분화하면 각종 의료 영상데이터를 수집, 저장 및 전송하는 PACS와 임상기기와 인터페이스를 통한 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환자의 증상이나 각종 병력 데이터를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원무관리자가 공유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원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의사의 처방을 자동적으로 약국, 원무과로 전달하는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약국을 자동화하는 ATD(Automatic Tablet Distributor)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시스템은 정보와 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의료서비스의 향상과 원가절감 및 환자 대기시간 단축을 가능케 함으로써 병원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PACS는 필름보관 공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분실 염려가 없고 필요한 시기에 즉시 조회가 가능함은 물론 여러 진료과가 동시에 같은 필름을 볼 수 있어 협력진료가 가능한 등 경비절감 및 업무효율 향상에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병원 관리자들은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무조건 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고 효율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반드시 이것만큼은 관철시켜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학 및 종합병원급들은 IMF 관리체제로 접어들기 이전만 해도 당장의 진료수익보다는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아래 의료정보화 구축경쟁을 벌여왔다.

이미 서울삼성병원이 병원의 무필름화를 구현한 풀(Full)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을 구현한 데 이어 미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병원과 영상 및 의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첨단 텔레메디신(영상진료시스템)을, 서울대병원이 보라매병원과 X선 촬영장치,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을 교환할 수 있는 원격 진단시스템 구축 및 부분 PACS를 구축했다.

또한 부산 백병원, 고대 안암병원, 성 빈센트병원 등 대형병원과 전남대 화순병원, 분당 재생병원, 평촌 동국대병원, 평촌 성심병원, 일산 백병원, 일산 원능복음병원, 산본 잠실병원 등 신설 병원이 처방전달시스템(OCS)과 PACS 등 의료정보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구축중이다.

그뿐 아니라 대성병원, 영천빈센트병원, 한라병원, 신천병원 등 4백 병상 미만의 지방 중소병원과 1백병상급 미만의 의료기관도 의료정보시스템 도입에 속속 나서 의료정보화에 뒤진 병원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인식돼 왔었다.

그러나 IMF 여파로 이같은 의료정보화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 마인드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타 의료기기와는 달리 당장의 진료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병원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의료정보시스템은 구축하되 투자는 최소화하고 효율은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영상의료기기인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를 중심으로 IMF 시대에 걸맞는 경제성 있는 PACS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대형 병원들은 초음파 영상을 레이저 필름 프린터에 연결하여 출력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저 필름 값의 환율 폭등에 의하여 두배로 인상됨에 따라 필름 한 장에 두사람을 촬영한 후 가위로 절단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초음파 진단은 다른 영상진단기기와는 달리 시술자가 검사하는 동안 진단이 이루어지므로 필름보관은 임상의들이 판독결과 조회시 보조용으로만 사용돼 왔다. 또 중소 병, 의원들은 필름 대신에 Thermal Printer를 이용하여 Thernal Printer 용지에 인쇄하여 왔으나 이 또한 환율 인상으로 인하여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렇게 필름이나 Thermal Printer로 출력된 인쇄물이 분실될 경우 판독지만으로 환자 진료를 하거나 재검사를 하게 되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진료의 질저하 등의 손실이 따르게 된다.

이러한 기존 진료체제를 정보화하게 되면 필름분실에 대한 대비책은 물론 필름 등의 소모품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즉 각각의 초음파 영상진단기에 아날로그­디지털 변환장치를 부착한 후 PACS의 표준 프로토콜인 다이콤(DICOM) 영상으로 변환시켜 네트워크상의 컴퓨터에 저장하면 그 영상을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의 기록매체를 이용하여 영구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종이 프린터를 이용하여 판독결과와 동시에 출력할 수 있다. 이 결과물은 즉시 환자 차트에 붙어 임상의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의무기록 관리가 이루어진다. 1200dpi의 고해상도 프린터를 이용하면 화질이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반드시 필름으로 만들고자 할 경우는 필름 프린터를 통하여 재출력할 수도 있다.

경제성을 보면 초음파 장비 약 5대 정도를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필름을 사용하는 현 시스템은 연간 약 5천만원 정도의 경비를 지출하고 있으므로 1년∼1.5년 정도의 필름과 관련 소모품 비용만으로 초음파 영상 저장 및 출력장치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향후 PACS 시스템에 연결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병원들에서 CT와 MRI 등 방사선 진단장비를 환자진단과 수술결정 여부 및 경과추적을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영상들을 필름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필름 분실이 발생할 경우 환자는 물론 병원 직원들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현재 필름 분실의 대비책으로 또는 연구와 교육 자료를 위해 의료기기 업체에서 제공하는 MOD 광자기 매체를 이용하여 진료 영상을 보관하고 있으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MOD 저장을 하지 않는 병원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 병원은 환자필름이 분실될 경우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이므로 환자로서는 고가의 검사결과를 잃어 버리게 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 등의 이유로 재촬영이 필요한 때도 있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T나 MRI 등은 병원마다 제조업체와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MOD 저장장비와 매체를 사용하고 있어 장비간 호환성이 거의 없고 중복 투자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많다. 또한 장비마다 6만∼8만달러씩 되는 필름 프린터와 10만∼15만달러나 되는 워크스테이션도 각각 따로 설치된 상태이다. 이들 장비에서 사용되는 MOD 저장매체는 호환성이 없을 뿐더러 환율인상에 따라 가격이 두배 이상 올라 1GB 장당 8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서울 영동에 위치한 8백병상 규모의 Y대학병원을 예로 들면 IMF 이전에 연간 8천만원의 저장매체 비용을 사용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 8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CT 및 MRI 영상저장장치를 도입한 결과 저장 매체를 CD롬으로 교체하여 매체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이후 IMF 관리체제로 본격 접어들면서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1억4천만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1천5백병상의 S병원 역시 지난해 말부터 연간 1억2천만원 정도의 저장 매체를 대체하기 위하여 CT 및 MRI 영상저장장치를 도입하여 운영중이다. 이 병원 또한 IMF 관리체제로 접어들면서 연간 2억원 이상의 저장매체 비용 대체효과를 보고 있으며 CT, MRI 등을 DICOM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필름 프린터나 고가의 워크스테이션들을 네트워크 백업 체제로 만드는 등의 부수적인 큰 이익을 보았다.

이밖에 인력의 효율적 운용이나 대외 이미지 제고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계산한다면 투자비용은 채 1년도 못돼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과거 컴퓨터마다 프린터를 설치하고 디스크를 들고 다니던 시절을 거쳤다. 이들 기업은 현재 대부분 경제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컴퓨터 네트워크와 프린터 환경, 전자 우편 및 결재 시스템들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제 병원들도 과거의 독자적인 초음파 영상진단기, CT, MRI, X선 촬영장치 환경을 네트워크를 이용한 컴퓨터 환경으로 바꿔 가격이 저렴하고 호환성도 있는 범용 소모품을 사용해야 할 시점이다. 병원들이 이러한 환경 변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미래를 보고 현재의 IMF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실질적인 방법일 것이다.

<박효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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