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 주전산기 재시험 논란

한국통신이 고객정보시스템(CIS)용 주전산기 구매에 앞서 16일부터 22일까지 미국 현지에서 실시하는 기기성능시험(BMT:벤치마크테스트)을 놓고 입찰 참여업체와 한국통신간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기기성능시험은 지난해말 실시한 시험에 참여했던 5개 업체의 제품이 모두 한국통신의 요구하는 기준 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탓에 다시 실시되는 시험이다.

한국통신은 이번에 실시하는 기기성능시험을 지난번 시험에서 미진했던 부문만 다시 실시하는 보완시험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일찰에 참여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이번 시험은 한국통신이 당초 설정한 시험절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재시험이 돼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앞서 실시된 기기성능시험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탈락했기 때문에 이번에 실시되는 시험은 기기의 기본 성능부터 장애복구기능까지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는 재시험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통신도 당초 업체에 발송한 공문에서 재시험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업체의 주장에 대해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험도 당초 설정한 전산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절차로 실시된다』며 전제하고 『따라서 과학적으로 설계된 컴퓨터는 동일한 환경 하에서 성능시험을 할 경우 동일한 성능수치를 나타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난번 시험에서 합격했던 부문별 기기 성능결과는 그대로 인정하고 CIS 구축방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불합격된 부문의 성능만을 다시 체크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처럼 보완시험을 할 경우 시험에 소요되는 경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인다. 다만 공문에서 재시험이란 용어를 쓴 것은 해석상 혼선을 줄 수 있으나 설명회를 통해 「재시험이 곧 보완시험을 의미한다」는 점을 업체들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업체들은 『장장 56시간에 걸쳐 실시되는 시험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무수히 많고 피시험자의 피로와 긴장으로 인해 실수가 빚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따라서 보완시험을 할 경우 업체마다 시험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는 『특정 업체는 3∼4시간 만에 시험을 마칠 수 있으나 또다른 업체의 경우 수십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이는 마라톤 경주 도중에 선수의 잘못으로 실격돼 재경기를벌일 경우 전번 경주에서 실격한 지점에서 다시 뛰게 해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이번 기기성능시험을 보완시험 성격으로 실시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지만 장애복구기능 등 일부 시험조건을 자의적으로 해석, 특정업체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있다』고 지적하고 『16일부터 실시되는 이번 시험에 앞서 이 점에 대한 한국통신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이같은 사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기기성능 시험을 강행할 경우 시험 불복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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