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망 PC 입찰제도 개선해야

국가기간전산망인 행정전산망용 PC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고 한다. 조달청이 최근 실시한 올해 상반기 행망용 프린터의 공급자 선정입찰이 가격문제로 3차례에 걸쳐 유찰된데 이어 행망용 PC의 구매입찰도 유찰되는 사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PC업계에서는 재료비도 안되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는 PC를 공급할 수 없다는 주장인 반면 조달청 측은 기존의 방식 대로 시중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예가를 산정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어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또 이같은 방식으로 공급자가 선정된다 해도 공급자들이 계약물량 이외의 추가공급을 꺼리거나 아예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행정전산망 운용에 차질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 정부 들어서도 이같은 사태를 매년 반복해야 되는 것인지 차제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시중가격을 기준으로 한 현행의 예가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PC는 원래 일반 생필품과는 달리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늘어난다 하면 값이 금방 오르고 반대로 공급과잉이라면 가격이 급락하는 탄력성이 큰 제품이다. 따라서 지난해의 경우처럼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심각한 경영난이 계속될 경우 일부 PC업체의 할인판매나 덤핑판매가 성행하면서 유통구조를 크게 흐려놓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정부가 재료비도 안되는 이같은 시중의 덤핑가격을 근거로 하여 예가를 산정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관세제도가 단순히 국가세수 확보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산업육성 측면도 있는 것처럼 관수용 공급가격의 책정 역시 정부예산의 절감에만 목적이 있은 것이 아니고 적정가격을 유지함으로써 국내산업 보호와 유통질서 확립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환율이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로 올랐고 환율변동을 완전히 시장기능에 맡기는 완전 자유변동환율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도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PC 완제품의 경우 수입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내외로 매우 높기 때문에 환율상승분에 대한 적절한 예가반영방식은 꼭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 전산예산의 10%를 소프트웨어 구입비로 책정하도록 하는 등의 배려를 한다고 해놓고도 실제로 정부의 PC구매에서 적정수준의 소프트웨어 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채 하드에어 가격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차제에 조달청의 관수용 물품 구매대행 조치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조달청을 통한 관수용품의 구매대행 조치는 발주기관의 기술적, 전문적인 정보 또는 인력 부족으로 적정물품의 확보가 어렵거나, 조달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많거나, 예산의 공정한 집행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실행되고 있으나 국가기간전산망을 다루는 행정기관에서 컴퓨터를 몰라 조달기관의 구매대행에 의존해야 하는 기관은 현재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산의 공정한 집행도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큰 설득력이 없다. 또 현실적으로 1.4%의 조달 수수료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수수료를 공급가격 현실화, 즉 예가에 반영하거나 정부예산 절감에 반영한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예산삭감과 환율상승에 따른 업계의 원가부담 증가를 고려해 작년 말 확정한 행망용 PC의 규격이나 용량을 새해들어 일부 하향조정, 원가부담을 가급적 줄이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이같은 배려가 일시적인 처방에 그쳐서는 그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관수용 물품은 무조건 싸야 된다는 인식도 따지고 보면 관존민비사상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이젠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 관리들 가운데 업자들은 민수용에서 많은 이익을 남기니까 관수용은 거의 공짜로 주어도 되지 않느냐하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철저히 고처져야 한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의 조달시장 개방을 계기로 외국 PC업체들의 참여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런 점에서 정부 조달행정의 개방화, 국제화는 시급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서도 이럴 때일수록 관수용품의 품질수준 확보나 AS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며 지난해 일부 대리점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관수용품의 시중불법 유통의 방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행망용 PC의 공급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공급가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공급을 꺼리거나 중단한다든지 계약물량이외의 추가공급을 기피함으로써 행정업무에 차질을 초래케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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