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동남아 투자에 희비가 엇갈려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에 나란히 진출한 삼성전관과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관은 지난 90년 동남아 진출기지로 말레이시아를 택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관보다 뒤늦게 인도네시아에 둥지를 튼 LG전자는 지난해말부터 터진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

말레이시아 세렘반 복합단지에 있는 삼성전관의 말레이시아현지법인(SEDM)은 지난 91년부터 공장을 가동한 이래 증설을 거듭해 현재 연 1백80만개의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을 생산할 수 있는 5개 라인과 연산 1백70만개 규모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6개 라인을 보유, 동남아 브라운관 시장의 20∼30%를 점유하고 있다. SEDM은 공장가동에 들어간 지 2년만에 흑자를 실현하기 시작, 94년 매출 1천1백50억원에 1백42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96년에도 매출 4천억원에 4백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등 탄탄한 경영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SEDM은 현지에서 주식을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삼성그룹내의 해외투자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관의 홍석준 상무는 『말레이시아 법인의 경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을 모두 회수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면서 『말레이시아 법인은 오는 2000년에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관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이 바로 인접지역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LG전자는 인도네시아의 정국불안과 외환위기 등으로 초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운관사업과 관련, 인도네시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LG전자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사가 인도네시아의 베카시공단에 추진한 연간 1천2백만개 규모의 유리벌브공장에 지분 참여한 것. LG전자는 여기에 투자액 1억5천만달러의 40%(6천만달러)를 투자, 숙원사업이었던 유리벌브사업의 진출을 현실화했으나 그렇게 꼭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당초 아사히글라스사와 손잡은 목적은 유리벌브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유리벌브사업을 독자적으로 전개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LG전자의 의도와 달리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유리벌브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또다른 투자는 지난 95년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베카시공단에 14인치와 20인치 CPT를 연간 3백만개 생산할 수 있는 현지공장을 건설, 96년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말 들어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와 정국불안정 등으로 현지공장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G전자의 인도네시아 공장의 가동률은 60∼7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막대한 투자에 따른 부담을 안고 출발한 상황에서 외풍을 맞아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경우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가동률이 떨어졌을 뿐 수출시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내수보다는 수출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운관 1, 2위 업체인 삼성전관과 LG전자가 동남아 투자에서 보여준 경영성적은 과연 올해도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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