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주변기기업계, "3중고" 몸살

PC 주변기기업계가 판매부진에다 원가부담 가중, 금융비용 증가 등 3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PC 주변기기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PC 내수시장이 격감함에 따라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원화환율 상승으로 각종 멀티미디어 보드류 및 팩스모뎀에 내장되는 핵심부품의 수입가격이 올라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PC업체들의 수개월에 이르는 어음결제와 높은 이자율이 겹쳐 상당한 금융비용 부담을 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PC 주변기기업체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멀티미디어보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통합보드 대신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 단일기능만을 지닌 저가형 제품을, 팩스모뎀은 56kK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33.6k 제품을 집중 출시해 판매확대를 꾀하고 수출에 주력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외 시장환경이 악화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2개월간 PC 주변기기 내수시장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반 유통시장에서 50% 이상 감소했으며 PC업체들에 대한 공급량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내놓더라도 수요업체와 유통상가에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판촉행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PC 주변기기업계가 안고 있는 또다른 어려움은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상승. 멀티미디어보드 및 팩스모뎀 등에 탑재되는 칩 등 핵심 수입부품이 제품원가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원가부담이 급증했다.

PC 주변기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원가를 맞추기가 매우 어려우며 환차손만해도 1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리 제품개발 및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견업체라도 제대로 살아남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대형 PC메이커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하는 제품의 대금결제가 현금 대신 3∼5개월의 어음결제로 이루어지고 있어 대부분이 중소업체인 PC 주변기기업계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어음할인이 쉽지 않고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도 힘들며 금리도 연리 20% 이상을 상회하는 등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해 자금회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경쟁력을 갖춘 유망 중견 PC 주변기기업체들이 이같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질 경우 그동안 주변기기시장을 주도해온 국산 PC주변기기는 외산제품으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국내 PC산업의 기반 차체도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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