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탈-한국썬, 중대형컴 맞수

『개방인가 아니면 전용인가.』

한국디지탈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두 업체는 국내에 진출한 20여개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 중 매출순위 3,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유닉스서버, 워크스테이션 업체다. 두 회사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워크스테이션분야를 제외하고는 컴퓨터시장에서 거의 부딪치지 않고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처럼 상대방을 서로 의식하지 않고 있던 두 업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한국디지탈이 나름대로 강세를 보여온 유닉스서버 시장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반대로 한국디지탈이 퍼스널워크스테이션을 무기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던 워크스테이션 사업을 강화하면서부터다. 이제는 이들 두 업체 중 누구도 상대방에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3위 자리를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디지탈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간의 선두다툼 경쟁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디지탈은 최근 지금까지 주력기종으로 공급해온 알파칩, 유닉스 기반의 중대형 컴퓨터제품 대신에 인텔, 윈도NT 기반의 중대형 컴퓨터를 주력제품으로 공급할 것임을 각종 마케팅 수단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한국디지탈은 그러나 윈도NT가 아직까지 지원하지 못하는 대형 서버분야에는 알파, 유닉스서버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오직 스파크, 솔라리스 기반의 중대형 컴퓨터만 공급할 것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다만 인텔, 윈도NT로 무장된 저가격 중대형 컴퓨터에 대응하기 위해 스파크, 솔라리스 기반의 중대형 컴퓨터에 PCI 등 인텔기술을 대거 접목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한국디지탈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윈텔」기술을 과감히 수용하는 적극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윈텔」기술 중 인텔기술만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한국디지탈이 자체 개발칩인 「알파」와 자체 유닉스인 「디지탈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중대형 컴퓨터와 인텔칩 및 윈도NT 기반 중대형 컴퓨터를 동시병렬적으로 공급하는 제품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자체 칩인 「스파크」과 자체 유닉스인 「솔라리스」를 기반으로 한 중대형 컴퓨터만 공급하는 독자노선을 견지하겠다는 것.

이처럼 범용화하고 표준화한 기술 및 부품을 과감히 수용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과 독자적인 기술과 부품으로 무장된 제품만을 판매하는 전략은 둘 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시장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나 경쟁사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제품 차별화 전략의 수립이 어려운 반면 후자의 경우는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한 제품전략을 구사할 수는 있으나 「컴퓨팅 환경 변화」라는 대세에서 이탈, 낙오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디지탈의 한 관계자는 『디지탈은 전세계 중대형 컴퓨터업체 중 가장 많은 「윈텔」 기술관련 전문가와 40여년에 걸친 중대형 컴퓨터 설계, 제작기술 경험을 갖고 있어 컴퓨팅 환경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개방형 제품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한 관계자는 『자바, 솔라리스, 스파크 등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확보하고 있는 컴퓨터기술 및 협력업체의 전폭적인 지지로 미뤄볼 때 앞으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라며 『특히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인 「IA-64」에 솔라리스가 우선 포팅되는 것만 보더라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쟁력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의 입지강화를 위해 변화하는 컴퓨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한국디지탈의 전략과 컴퓨팅 환경 변화에 정면으로 맞서 독자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전략 중 어느 쪽이 보다 힘을 몰아갈 것인지는 올 하반기 시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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