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46)

『오후 5시경. 일본군이 통신원 전신기에 전선을 연접한다기에 본 과장이 직접 가서 본즉 전선이 3가닥으로 되어 있었다. 선 한 가닥이 더한 이유를 물은즉, 통신원의 전화선까지 연접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본 과장은 즉각 작업을 중지시켰다. 전신기만 연접하기로 하였지, 음성을 주고 받는 전화에 대한 연접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일본병사는 이내 다른 사람을 불러왔다. 다나카. 독수리를 어깨에 얹은 다나카였다.』

다나카.

당시 우리나라의 통시시설을 침탈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

김지호 실장은 진기홍 옹에게 여러 차례 다나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깨에 늘 독수리 한 마리를 얹고 다녔다는 것도 함께 들어 알고 있었다. 다나카. 우리나라의 통신시설을 강탈하는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 하지만 다나카에 대한 구체적인 신상은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소속이 어디였는지, 나이가 몇이고, 출신이 어디였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다나카뿐만이 아니었다. 요람일기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의 인적사항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요람일기의 인권을 찾게 되면 다나카를 비롯한 각 인물들의 신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진기홍 옹은 인권을 찾을 수 없는 것을 그토록 아쉽게 여기는 것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읽던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전신기 외에 통신원의 전화기에까지 선을 연결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오. 어제 귀국 공사가 우리의 전신기에 전선을 연접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본 통신원에 보냈을 때도 전화선을 연결한다는 말은 없었고, 귀국에서 본 과장에게 설명할 때도 이런 말은 없었는데 이제 이런 처사는 온당치 못한 줄 아오.』

다나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대저 전화는 전보와 다름이 없고 전화를 이용하면 통신업무가 편리한 고로 비록 승낙은 받지 못했지만 이렇게 해야 통신사무가 편리하겠기에 전화까지 연접하려 한 것인즉 그리 아시오.』

본 과장의 설명에도 다나카는 막무가내였다.

다나카가 계속 말하기를, 『귀국 통신원의 전신기에 우리 일본의 전선을 기왕에 연결하였으니, 불가불 전화기에도 전선을 연결해야 통신상 편리할 것이오. 전보와 전화가 똑같은 사무인즉 반드시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으니 그리 아시오.』

김지호 실장은 요람일기를 계속 읽어나가면서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통신원 전화에 일본군 전화선이 연결된다면 나라 전체의 모든 통화내용이 일본에 의해 도청되는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