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팩 업계.삼성 무선사업부, 환차손 보전 "대타협" 표류

지난해 말 환율 급등으로 발생한 이동전화단말기용 2차전지팩의 환차손 보전문제와 관련, 해당 팩조립업체와 수요업체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2개월이 다 되도록 타협점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말 외환위기로 원화 대비 엔화의 환율이 갑자기 2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일본에서 리튬이온전지(LIB) 등 2차전지셀 전량과 보호회로 등 주요 부품을 수입, 팩을 조립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환차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측과 팩조립업체들은 그동안 편의상 결제방식을 고정환율로 적용하되 환율변동에 따르는 환차손은 서로 보존해주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환차손이 월간 수억원을 벗어나지 않던 것이 환율급등으로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실제로 이 기간에 한림산전, 샤프트코리아, 대희전자 등 삼성 협력 2차전지팩 3사의 환차손은 약 1백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원자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팩업체들의 환차손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자 삼성측은 올초부터 1엔대 13원으로 환율을 변경, 적용하고 있으나 미 해결분인 지난해 12월분의 처리는 내부상황을 이유로 아직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그동안의 관례나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 팩업체들의 현실을 잘 아는 삼성도 환차손을 조기에 보전해줘야 한다는 데는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 문제는 환차손규모가 1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워낙 큰 데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삼성이 내부문제로 인해 환차손보전을 계속 지연, 중소 전지팩업체들의 자금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의 실무진 사이에서는 환차손 조기보전에 대해 가닥을 잡아놓았으면서도 실제로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최근의 3월대란설이 흘러나오면서 대기업들이 현금수요를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삼성의 윗선에서 최종 결제를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도체부문의 고전으로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확실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무선통신사업부의 속사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4분기까지만해도 엄청난 성장과 고수익을 냈던 무선사업부가 연말 환율대란으로 적잖은 환차손을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 실제로 배터리를 비롯, 주요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하는 삼성무선사업부도 자체적으로 지난해말 2천7백억원대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팩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무선사업부가 연말에 적잖은 환차손을 입었다 하지만 연간 총액기준으로는 상당한 순이익을 실현한 효자 사업부로 안다』며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가 고작 1백억원의 환차손보전 금액을 지연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빠른 해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환차손을 그대로 떠안음으로써 엄청난 금융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올들어 이동통신 경기위축에 따라 전지팩주문량이 지난해 50% 이하로 뚝 떨어져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환차손 문제가 이미 팩업계의 생사를 가름하는 변수로 부각된 만큼 「내코가 석자」라는 식의 행태를 보여주고있는 삼성측의 중소기업 우선지원으로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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