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Ⅱ PC 안팔린다... "저가형" 선호 추세 확산

펜티엄Ⅱ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성능 PC가 국내시장에서 언제쯤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지난해 상반기부터 선보인 펜티엄Ⅱ PC가 올 들어 3백33㎒급 고성능 제품까지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PC시장에는 당분간 펜티엄 MMX급 제품이 주도할 것으로 보여 펜티엄Ⅱ PC의 안착시기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올 들어 국내 PC시장이 급랭하면서 고급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의 수요패턴이 중, 저가형 제품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인텔의 한국 현지법인인 인텔코리아의 예측도 완전히 빗나갔다. 인텔코리아는 이미 지난해 4, 4분기에 펜티엄Ⅱ PC의 판매비중이 적어도 3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국내 PC시장의 50% 이상을 펜티엄Ⅱ PC로 이끌어가려 했던 인텔의 전략역시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인텔코리아는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TV광고를 전개하고 PC메이커를 지원하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했으나 아직까지 삼보컴퓨터의 「체인지업 PC」 2개 모델을 제외하고는 펜티엄Ⅱ PC를 주력제품으로 내놓고 있는 PC 제조업체가 없는 형편이다.

국내 PC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 중순 펜티엄Ⅱ PC 4개 모델을 내놓았지만 주력 판매제품은 여전히 펜티엄 MMX급 모델에 맞춰져 있다. 대우통신, LG IBM 등도 펜티엄Ⅱ PC를 선보이고는 있지만 요즘처럼 얼어붙은 PC수요를 녹일 수 없다고 보고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는 제품개발 및 마케팅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인텔의 펜티엄Ⅱ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삼보컴퓨터조차 요즘의 PC수요 추세가 중, 저가제품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보고 최근 펜티엄 MMX급 PC의 판매확대를 위해 2년 후 주기판 무료 교체라는 제2의 체인지업 전략을 내놓았다.

펜티엄Ⅱ CPU의 경우, 펜티엄 MMX 프로세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칩을 설계해 CPU간 호환이 되지 않아 기존 MMX 펜티엄급 PC사용자들이 펜티엄Ⅱ PC로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 따라서 IMF 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펜티엄 MMXX PC를 펜티엄Ⅱ PC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펜티엄Ⅱ PC를 새로 구입하려면 보통 대당 3백만원 이상의 지출을 필요로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참고 견디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펜티엄Ⅱ PC에 적합한 「윈도95」의 후속제품인 「윈도98」같은 새로운 운용체계(OS)가 선보이지도 않은 상태여서 펜티엄Ⅱ PC는 거품만 가득찬 고가형 PC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관련업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그러나 이러한 국내 PC시장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펜티엄 MMX 1백66㎒ CPU의 공급을 중단하는 등 여전히 펜티엄Ⅱ CPU의 보급확대에 매달리고 있어 가뜩이나 냉각된 국내 PC시장을 더욱 얼어붙게함은 물론 시장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주력상품으로 삼지도 않는 펜티엄Ⅱ PC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인텔이 세계 칩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없이 동조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CPU 공급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전반적인 PC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PC는 대당 1백50만원 안팎으로 공급되는 저가기종인 MMX 1백66㎒ CPU를 탑재한 제품』이라며 『이는 결국 국내 PC시장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요 국내 PC들은 거품을 빼고 시장상황에 적합한 PC를 공급하기 위해 인텔 호환칩을 채택한 저가형 PC의 공급을 크게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인텔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윤재,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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