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PC시장을 공략하라」.
올해 세계 PC시장은 저가형PC시장을 누가 주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PC시장의 승부가 바로 저가형PC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컴팩컴퓨터가 세계 PC시장에서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저가형PC의 판매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컴팩은 가격이 9백99달러인 홈PC에 이어 사이릭스사의 미디어GX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7백99달러짜리 제품 등 저가형PC를 발빠르게 공급해 자사 매출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미국 PC시장에서는 지난해 1천달러 미만의 저가형 홈PC가 크게 인기를 얻었다. 컴팩과 함께 패커드벨NEC, 휴렛패커드(HP), IBM 등이 잇따라 저가형PC시장에 가세한 데 이어 게이트웨이2000, 마이크론 등도 1천달러 미만 PC사업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선보이고 있는 1천달러 미만의 저가형PC는 MMX펜티엄급으로 주로 16MB 메모리, 3.2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CD롬 드라이브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특히 이들 저가형PC는 최근 들어 가정용 및 업무용 시장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어 저가형PC에 대한 PC제조업체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한 상황이다. 저가형PC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이들 업체가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세계 PC시장은 아시아지역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전문업체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시장은 총 7천9백94만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5%의 신장세를 나타냈으며, 미국 PC시장의 경우 호경기에 힘입어 3천1백47만7천대를 시판해 19%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IDC는 올해의 경우 금융위기에 따른 아시아지역의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세계 PC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을 제외하면 PC 판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세계 PC시장 전체가 침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올해 아시아지역의 PC시장규모는 경기침체로 1천2백36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시장은 전년 대비 5% 정도로 낮은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오는 2000년에는 1천1백18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IDC는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PC시장은 경기호황에 힘입어 아, 태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사상 최대의 황금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줄곧 두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올해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지난해 세계 PC시장 성장률(15%)을 웃도는 17%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서유럽 PC시장의 경우 올해 8% 정도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IDC는 전망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컴팩컴퓨터가 전년대비 40% 늘어난 총 1천6만여대의 PC를 판매해 12.6%의 점유율로 4년 연속 1위를 고수하면서 세계 PC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컴팩의 이같은 시장점유율 확대는 1천달러 미만 저가형PC의 폭발적인 판매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IDC는 분석하고 있다.
컴팩에 이어 IBM이 세계 PC시장에서 지난해 7백24만대를 시판해 9.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2위를 기록했으며 델컴퓨터가 5.8%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HP가 4백47만대를 판매해 5.6%, 패커드벨NEC가 5.2%의 시장점유율을 각각 차지하며 4위와 5위에 랭크됐다.
특히 이들 상위 5개 업체는 지난해 세계 PC시장에서 총 38.2%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세계 PC시장의 실질적인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이들 업체가 저가형PC를 주무기로 세계 PC시장 전면에 나서면서 강력한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면에는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을 적극 펼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다름아닌 제조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주문형(BTO:Build To Order)PC 생산방식의 도입 및 인터넷을 통한 통신판매 등에 힘입은 바 큰 것이다.
세계 PC시장의 1인자인 컴팩이 업무용PC제품에 대해 중간유통업체를 통한 공급방식에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주문에 따른 직판방식으로 전환하자 패커드벨NEC에 이어 HP 등도 이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대리점 공급체계가 지배적인 일본에서도 NEC를 필두로 주문생산에 따른 직판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어 이같은 PC판매방식이 세계 PC시장의 신조류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PC직판시장이 PC업체들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사업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컴퓨터의 경우 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PC제품이 컴퓨터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고 고객이 원하는 주문형PC를 생산해 중간유통단계를 대폭 축소, 원가절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팩은 이같은 주문형PC 생산을 통한 직판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때 직판시장의 선두업체인 게이트웨이2000과 마이크론사의 인수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세계 유력 PC업체들이 이같은 직판형태의 PC판매방식을 핵심 마케팅전략으로 적극 채택하고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이 방식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PC업체들의 매출확대에 촉매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PC업체들이 제조 및 판매비용을 최대한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재고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일정수준의 마진확보가 가능한 것도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판매를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업체인 델컴퓨터의 경우 PC매출이 최근 수년간에 걸쳐 연평균 2배 가량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여 세계 PC시장의 선두그룹에 빠른 속도로 진입했다. 물론 게이트웨이2000과 마이크론사도 PC의 직판방식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세계 PC시장에서 나름대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고 있다. PC 직판방식 중 또다른 패턴은 기존 전화나 우편에 의한 주문에서 탈피, 인터넷상의 웹을통한 전자상거래. 델컴퓨터의 경우 이같은 인터넷 판매를 통해 하루 매출이 1백만달러에 육박하는 등 독특한 PC마케팅기법으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컴팩컴퓨터와 HP도 이에 힘입어 인터넷상의 웹을 통한 통신판매기법을 도입하는 등 세계 유력 PC업체들이 새로운 PC마케팅기법을 통한 시장쟁탈전을 치열하게 펼치면서 세계 PC시장은 일대 변혁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김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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