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도로.
빠른 속도감이 느껴졌다.
남자는 더욱 세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2㎞ 정도의 방조제.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인간의 원초적 쾌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속도감.
남자는 그 원초적 쾌감을 느끼며 더욱 세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숫자로 표시되는 속도계가 빠르게 변했다.
안경 낀 사내는 남자의 운전습관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는 것보다는 속도의 쾌감을 가르쳤다는 표현이 맞는다. 몇 차례 이 방조제를 함께 지나치면서 안경 낀 사내는 남자에게 차의 최고속도를 내게 했었다.
가속이 붙은 차량은 더욱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계의 숫자도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멀리 갑문이 보였다.
어? 남자는 순간적으로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차의 양쪽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앞의 창문뿐이 아니었다. 뒤쪽의 창문도 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차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속도계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게 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의자 밑에 놓여 있던 지폐들이 밖으로 빨려나가기 시작했다. 갑문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창문에 이어 이제 지폐뭉치가 가득 든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남자가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차의 방향이 왼쪽으로 급하게 꺾였다. 차가 하늘을 나는 듯 호수쪽으로 붕 날았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고향을 떠올렸다.
만주, 그 드넓은 벌판을 나는 독수리를 떠올렸다.
땅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남자는 외마디소리도 한 번 내지 못한 채 꼭 핸들만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안전벨트가 자신을 더 옥죄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풀려 있다고 해도 조건은 같았다. 전혀 수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풍덩.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이어 육중한 갑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차가 갑문 가까이에서 물 속으로 빠지고 난 직후였다.
열린 갑문을 통해 거대한 물줄기가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는 바다쪽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차량에 실려 있던 지폐도 낱낱이 흩어져 그 물길에 휩쓸려 솟구치고 있었다. 물줄기를 따라 바다로 바다로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파라바하의 꿈도 함께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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