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됐어요.』
『네?』
『됐습니다. 어제일 때문에 미안해서 왔으니까, 이야기나 하고 가겠소.』
여인은 당황스러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여인은 어젯밤 사내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사내의 육체, 어쨌든 일이라고는 해도 여자는 여자였다. 여인은 몸에 비해 유난히 크고 튼실했던 사내의 물건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내의 물건은 아랫도리를 벗는 순간부터 꼿꼿하게 서 있었다. 욕실에서 샤워를 할 때도, 엎드리게 해 안마를 하고 자신의 몸으로 보디 마사지를 할 때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일이었지만 여자일 수밖에 없는 여인의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일은 일일뿐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사내는 여인의 몸을 원했고, 여인은 강하게 저항했다. 여인의 저항에 기분이 상한 사내가 더욱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제대로 한번 해주지도 않으면서 그 많은 돈 받느냐고 소리를 질러댔던 것이다.
여인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사내의 물건은 꼿꼿하게 서 있었던 것을. 더욱 굳건한 듯했다.
손님들이 소란을 피우게 되면 여인 자신에게 손해가 날 뿐이기에 대부분 조용조용 달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행하면 안되는 행위를 빼고는 모든 행위를 동원해 손님들을 달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꼭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업소에서는 성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곳에서는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 호텔의 룰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정 이야기를 하면 알아듣고 더이상 보채지 않았지만 어젯밤의 이 사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소리를 질러댔다. 실내의 모든 것을 다 집어던져버릴 듯이 소란을 피웠다. 그때도 사내의 물건은 그렇게 굳건히 서 있었다.
『아니예요. 마사지해드릴 테니까 벗고 욕실로 들어오세요.』
『정말 괜찮소. 이야기나 합시다.』
사내는 풀어 제친 넥타이를 한번 더 풀어 제치고 침대 위로 걸터앉으면서 이야기했다.
『어젯밤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겠소?』
『네?』
『어젯밤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느냐는 말이오.』
여인은 아직도 경계의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파라바하(Faravahar)라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소? 독수리 날개에 사람 머리를 한 형상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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