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3)

김지호 실장은 컴퓨터 운용능력이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외부에 디바이스가 설치된 컴퓨터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체계적인 훈련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 형부. 이야기했어요. 컴퓨터학원 선생이라는 사람이었어요. 게임 프로그램에 대하여 전문가라고 했어요.』

『게임 프로그래머?』

『네,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라는 것 같았어요. 오락게임도 여러 개 개발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그 사람하고 어떤 관계였는지 아는 것이 있나?』

『없어요. 죽은 혜경 씨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어요. 곧 결혼날짜를 잡을 예정이었어요. 어제도 그 남자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전화가 불통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퇴근했어요.』

『그래? 퇴근하면서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나?』

『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대신 오늘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혜경 씨가 그 오피스텔에서 산다는 것을 비밀로 했어요. 저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퇴근할 때도 늘 덕수궁 쪽으로 내려갔었는데, 덕수궁 돌담길로 되돌아 왔던 모양이에요.』

『자신이 사는 곳을 비밀로 했다는 말이지?』

『네. 저희 은행에서 아무도 몰랐어요. 참, 형부 그런데 왜 그렇게 죽은 사람한테 관심이 많으세요?』

『관심? 느낌이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연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어떤 연계성을 느낄 수 있어.』

『혜경씨의 죽음까지 그렇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그 방에 걸려 있는 독수리를 처음 본 순간 다른 사고현장에서 느꼈던 느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

『어쨌든 아까운 친구예요. 일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친구였는데. 형부, 오늘은 언니 들어오시나요?』

『아냐, 들어오지 못할 거야. 아직 사고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았어.』

『형부도 집에 못 들어오시는 것 아니에요?』

『응, 나도 들어가지 못해.』

『그럼 어떻해요. 저 무서운데.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죽은 사람이 지금도 이곳에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막 쫓아올 것 같아요.』

『일찍 들어가. 아이들한테 이야기 잘하고. 자주 연락할께. 그리고, 이곳 은행의 전산망은 다시 수배 시킬테니까 그리 알고 있어. 내일 아침이면 회복되어 있을 거야.』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복구작업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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