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2)

『3시 50분?』

『그래요. 정확한 시간이에요. 저희가 처리하는 전표에 처리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돼요. 모든 단말기가 그 시간 이후에는 동작되지 않았어요.』

『그것도 동시에 모든 단말기가 오프라인이 되었다는 말이지?』

『형부, 맞아요. 동시에 오프라인이 되었어요. 전화도 마찬가지였어요. 전산망이 오프라인으로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본사 전산실에 전화를 할 때 이미 모든 전화가 불통이었어요.』

『그래? 통제실에서 고장발생 데이터가 들어온 것은 네시 정각이었어.』

『오후 네시요? 형부, 하지만 이곳 시간은 정확해요. 본사 전산실에서 시간이 다르면 조정해줘요. 시간은 많이 다르지 않을 거예요.』

김지호 실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통신구에 수용되어 있는 통신케이블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장애상황이 데이터와 함께 통제실에서 감지된다. 케이블 자체가 손상되더라도 마찬가지. 통신케이블 외피에 있는 감시회선을 통하여 통제실에서 장애상태를 감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통신케이블의 단선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애시간이 통제실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거기에 수용되어 있는 통신시스템보다도 먼저 고장을 감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은행의 단말기는 맨홀 속 화재에 따른 통신케이블의 소손 이전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맨홀에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어디에선가 케이블이 절단되었다는 말인가?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앞뒤가 안맞는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어. 참, 아까 그 형사반장은 사무실로 들어갔다고 했나?』

『네,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처제, 창연 오피스텔에서 죽은 여자, 처제와 친하게 지냈나?』

『저하고 입사동기예요. 저희 은행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에요. 얼굴도 예뻤고 일도 잘했어요. 인간관계도 좋았고요.』

『그 직원 컴퓨터 잘하나?』

『컴퓨터요? 그 친구가 우리 은행에서 컴퓨터 가장 잘 다뤘어요. 직원들의 개인용 컴퓨터 운용프로그램은 그 친구가 다 처리했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도 다 치료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다루지 못했었는데,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실력이 늘었어요. 갑자기 늘었어요.』

『그 직원 주변에 컴퓨터 잘 아는 사람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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