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美 컴팩, 합작 "무산"

지난해부터 PC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현대전자와 미국 컴팩컴퓨터의 합작법인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 설립 무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본격적인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아 국내 PC시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신규사업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최근 재벌기업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현대전자의 신규투자 가 부족한데다 올해 PC사업의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합작설립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컴팩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신규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선행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한국의 PC시장 상황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국면으로 이어지고 있어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입장을 보인 점도 합작사 설립작업에 제동이 걸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현대전자와 컴팩의 합작법인 설립은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활기를 띠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의 주역으로 현대전자의 경우 변태성 부사장(국내PC영업 본부장)을, 컴팩은 아, 태지역 부사장인 폴첸을 각각 선임해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작업을 추진해왔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사업타당성 검토를 마무리지으면서 태스크포스팀(TFT)을 전격 가동,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가면서 합작법인 설립을 구체화했다. 이를 위해 현대전자에서는 사장직속 기획실의 기형도 부장을 주축으로 한 실무팀을 구성하고, 컴팩은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컴팩컴퓨터의 이강훈 전임지사장을 팀장으로 한 실무전담반을 조직해 한국컴팩 사무실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협상활동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컴팩은 작년 12월 한국컴팩컴퓨터 신임사장에 한국탠덤 지사장인 강성욱씨를 선임하는 동시에 이강훈씨를 현대전자와의 전략적 제휴관련 프로젝트 전담책임자로 정해 두 회사간의 합작법인 설립작업이 급진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두 회사의 TFT는 그동안 한국컴팩 사무실에서 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제반문제 및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해 지난해 연말까지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였다.

합작법인의 전체적인 윤곽을 살펴보면 컴팩과 현대전자의 지분을 51 대 49로 정하고 대표이사에 변태성 현대전자 부사장을, 국내 영업 총괄본부장에는 강성욱 한국컴팩 사장을 각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PC사업의 초창기에는 컴팩 본사로부터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PC서버 등을 수입, 판매하면서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현대전자의 PC생산라인을 이용해 국내에서 PC를 생산, 공동브랜드로 공급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마련했다. 대리점 처리문제는 현대전자의 PC관련 2백50개의 대리점과 한국컴팩의 20여개의 대리점들을 모두 활용해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대리점들간의 통폐합이나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팩은 당초 현대전자와의 합작을 통해 그동안 판매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온 취약한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 등을 일거에 확보하면서 PC판매확대를 꾀한다는 기본전략을 세웠다. 특히 한국컴팩은 PC뿐만 아니라 PC서버사업도 갈수록 부진을 면치 못해 한국법인 설립 이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PC사업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현대전자를 통해 찾겠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반면 현대전자는 부족한 제품군의 보강은 물론 세계 최대의 PC회사라는 컴팩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어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PC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에 차 있었던 게 사실이다.

IMF한파로 인해 두 회사가 나름대로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공을 들인 합작법인 설립작업이 무산되면서 올해 국내 PC시장의 재편을 포함한 일대 회오리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현대전자와 컴팩간의 합작설은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한국컴팩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작법인 설립작업은 한국 PC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무기한 연기된 것』이라며 『두 회사의 합작사 설립이 완전히 무산된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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