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여년간 단면PCB 하나로 승부를 걸어온 대덕산업은 이 분야에서는 세계 2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유영훈 부사장은 『필리핀 현지 공장의 경우 노동 생산성이 국내 공장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국내 임금이 필리핀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10배 높다하더라도 국내 공장은 경쟁력을 지닐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덕산업은 단면PCB에서 축적한 고도의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스스로 국내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고비용 고효율구조」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지난 84년부터 교환기 등 통신장비용 SMPS만을 생산해온 동아일렉콤도 국내 교환기용 SMPS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을뿐 아니라 지난해에 미 AT&T에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중소 부품업체들 중에는 20년 이상 한 분야에만 깊숙히 뿌리를 내림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 많다.
이들은 또 한우물만 파왔다는 공통점외에도 부채비율이 1백% 안팎으로 재무구조도 건실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문화는 자원의 집중을 유도, 자연스레 재무구조의 건실을 이루게했다는 말이다.
자기헤드로 세계적인 업체로 급성장했던 태일정밀은 국내 기업들의 선단식 경영을 흉내내다 무너진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태일정밀은 자기헤드에서 이룩한 고도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섣불리 컴퓨터, 정보통신분야로 분산시키려다 끝내 도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태일정밀은 부도의 쓰라린 경헝을 치른후에 뒤늦게나마 전문분야인 자기헤드로 재기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품목만을 올곧게 만들어낸다고 해서 전문화된 기업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라스코라는 업체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칠러 제품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섬유산업이 활황일 때 섬유염색기에 들어가는 칠러로 시작해서 지금은 반도체장비용 칠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단면PCB로 유명한 대덕산업도 최신기술인 실버스루홀로 주력을 옮기고 있으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도 4층 MLB에서 최근에는 6층, 8층 MLB로 주생산품목을 전환시키고 있다. 전문화된 기업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도 뛰어나다.
대부분의 국내 부품업체들이 몇 안되는 품목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전문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의 전문화가 기술의 전문화에 유리하지만 그것이 곧 전문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화를 기르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갖추어야한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생산품목을 전문화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규모의 영세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규모의 영세성은 대기업 못지않은 오너경영체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전문성을 높이기위해서는 경영자들이 자기회사라는 인식을 과감히 버리고 유사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끼리 전략적인 제휴나 M&A를 단행, 채산성과 연구개발능력을 갖출 수 있는 규모의 확대 또한 절실하다.
<유성호 기자>
많이 본 뉴스
-
1
애플페이, 국내 교통카드 연동 '좌초'…수수료 협상이 관건
-
2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3
美 마이크론 HBM3E 16단 양산 준비…차세대 HBM '韓 위협'
-
4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5
카카오헬스, 매출 120억·15만 다운로드 돌파…日 진출로 '퀀텀 점프'
-
6
美매체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 블랙웰 결함에 주문 연기”
-
7
BYD, 전기차 4종 판매 확정…아토3 3190만원·씰 4290만원·돌핀 2600만원·시라이언7 4490만원
-
8
'코인 예치' 스테이킹 시장 뜬다…386조 '훌쩍'
-
9
삼성메디슨, 佛 최대 의료기기 조달기관에 초음파기기 공급…GPS 독주 깬다
-
10
[CES 2025] 삼성SDI, 첨단 각형 배터리·전고체 배터리 공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