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미국 등 선진국의 환경 규제가 활발해지면서 절전형 냉장고의 개발이 국내 가전업체들에게 발 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에너지 절약의 차원에서 애초 오는 2000년 이후부터 시행하려던 절전형 냉장고의 시판 의무화 계획을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하고 그 기준도 점차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행 방법을 보면 에너지 효율기준에 부합하는 냉장고에만 안전규격마크인 CE마크를 부착토록 하고 이를 부착하지 않을 경우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미국도 최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절전에 대한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판매 금지하는 계획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현재 생산되는 제품보다 에너지를 30% 이상 절약한 초절전형 냉장고만 판매하도록 규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인데 그 시점은 2001년이다.
이같은 규제 움직임은 앞으로 다른 나라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여 세계 냉장고업체마다 절전형 제품의 개발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국내 냉장고업체들도 최근 별도의 전담 개발팀을 구성하는 등 절전형 냉장고의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은 일단 올해 상반기까지 현행 수출모델보다 전력소모량을 10~20% 낮춰 현지 업체들의 수준에 버금가는 절전형 제품을 개발, 하반기부터 수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 업체는 수출 모델보다 절전 효과가 뛰어난 국내 시판모델을 현지 실정에 맞게 제품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전력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춘 컴프레서를 비롯해 새로운 소재의 방열재와 온도센서 등 핵심부품의 개발에도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절전기준을 선진국의 기준에 맞춰 놓아 늦어도 2000년 이전까지 현재보다 30% 이상 전력사용을 줄인 초절전형 냉장고를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냉장고업체들은 우리 업체에 앞서 절전형 냉장고의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부터 부쩍 제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절전형 냉장고는 콤프레서를 비롯한 주요 핵심 부품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개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생각 보다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냉장고 컴프레셔는 보통 여름철에 냉장고를 가득 채운 상태를 상정해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는데 외부 온도가 낮아지는 계절에는 비효율적인 운전이 되고 만다. 이를 개선하는 게 바로 절전형 냉장고인데 냉장고안의 온도와 문의 개폐 유무 등 달라진 사용 환경을 센서로 감지해 모터를 가변속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냉각시키는 원리다.
모터를 가변속 시키면 저속 운전시 윤활액이 되는 오일 양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급유량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펌프와 모터각도의 위치를 제어하는 고도의 설계 기법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 개발도 이러한 부품과 설계 기술의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절전형 냉장고는 전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소음도 낮추는 부가 효과도 있어 선진국의 규제 강화가 아니더라고 개발이 필요한 제품』이라며 『생산기술이 축적됐고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해온 국내 업체들에게 절전 규제는 위기가 아닌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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