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구조합 하창화 이사장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해 주고 고임금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의료기기 업체들이 사상 초유의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외산보다 성능이 좋거나 아니면 가격이 월등히 낮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격 경쟁력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등으로 상당한 경쟁력이 생겼으나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 하창화 이사장은 경기 부진으로 대다수 의료기기 업체가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IMF로 인해 내수 및 수출 확대에는 매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으므로 생산원가를 더욱 절감하고 수출 총력체제로 전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조합은 환차손으로 인해 의료기기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시점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국내 의료기관에 적극 홍보하기 위해 삼성의료원 등 그동안 국산이 외면을 받아왔던 종합병원에서 우수 국산 의료기기 홍보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전 의료기관에 국산 의료기기 사용 협조공문 및 우수 의료기기 리스트를 발송하기로 했다.
이처럼 조합이 삼성의료원 등 종합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전시회 개최를 올해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는 것은 병원들이 외산장비 구입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으로 점차 국산 의료기기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데다 이들 병원이 모두 수련병원이어서 장기적 안목에서 우수한 국산 제품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하 이사장은 『미국의 면도기 업체인 질레트가 수염도 나지 않은 리틀 야구단 경기에 거액을 들여 광고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커서 면도기가 필요한 시점이 됐을 때 어디선가 많이 봤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질레트 면도기를 구입하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며 『당장 제품 하나 더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라면 누구나 손에 익은 정비를 선호하기 마련이므로 국산을 자주 접해 본 수련의가 향후 장비 구매를 결정하는 위치에 오르거나 개업할 경우 국산을 구입하게 되므로 수련병원 대상 전시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합은 수출 촉진을 위해 중소기업청과 협력하여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해외시장 동향 설명회 및 실무자 중심의 세일즈단을 동남아 3개 지역에 파견할 예정이며 회원사 리스트 및 생산품목 등을 소개한 영문 홍보책자(Korea Medical Directory)를 발행, 해외 무역관과 종합상사, 주한 외국 대사관 및 해외 유명 전시회에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이용한 의료기기 수출에도 조합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방침이다.
특히 하 이사장은 전자의료기기 산업 육성방안과 관련 『과거 소모품 위주의 의료기기 산업 구조에서 전자의료기기로 무게중심이 이동된 상태에서 전자의료기기 부문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정책이 연구기관 중심이 아닌 상품화를 전제로 한 업체 직접지원 체계로 전환되도록 지속적으로 정책 건의할 예정이며 혜택을 받는 기업을 대폭 확대, 정부 지원의 체감효과를 업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합은 위상 제고를 위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행된 새 의료용구 관리제도와 관련, 제도 상담, 기준 및 시험방법 작성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인정 관련 자문 등 대 회원사 서비스 업무를 강화하고 무한경쟁 시대에 「정보」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므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무역협회 등 관련기관의 협조와 각종 통계 등 조합만이 할 수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 소식지 형태로 회원사에 신속하게 국내외 시장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 동일업종별로 주기적 모임의 장을 조합과 업계 또는 조합, 업계, 정부기관 등과 확대 연계하여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며 조합 자생력 강화를 위해 정부 정책과 맞물린 수익사업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조합 고유의 수익사업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9월 1일부터 새 의료용구관리제도가 시행돼 현재 유예기간 중에 있는데 유예기간 만료시점에서는 우수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제도 적용이 불가피해 영세한 상당수 업체가 자연 도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 이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가능하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지만 무한경쟁 시대에서 경쟁력 있으면 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결국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고 견고한 제품을 만드는 등 업체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겠지만 새 제도 본격 시행이 산업 기반을 흔들 정도로 타격이 크다면 제도의 현실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것이 조합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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