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국내 산업전자기기 생산업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대다수 국내기업이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외산 고가장비 구매를 자제하는 등 자구노력이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외산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찾지 못하던 국산 산업전자기기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IMF 구제금융 파동 이후 불과 몇개월 사이에 환율이 2배 가량 급등하면서 외산 산업전자 기기 가격도 덩달아 큰 폭으로 오르자 일부 기업, 연구기관, 대학에서는 외산 고가장비 구매계약을 취소하고 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IMF가 국산 산업전자기기 매출 증대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이처럼 국산 산업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국산 산업전자기기의 정밀도와 정확도가 최근 대폭 향상되면서 신뢰성이 높아진 데다 유지, 보수서비스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산제품과 성능이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하던 국산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업계 처음으로 고정식 레이저 스캐너를 개발한 바코드시스템 전문업체인 현암바씨스의 경우 외산보다 성능대비 가격경쟁력이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저조했으나 최근 신뢰성을 인정받으면서 구매물량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현암이 생산중인 스캐너를 채용해온 아남반도체에서는 이 제품이 생산비를 크게 절감한다는 판단아래 구매를 확대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측기기업체인 선일옵트론에서 생산중인 원자흡수 분광 광도계도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동사에서 개발한 원소분석기기인 원자흡수 분광 광도계도 성능은 수입제품과 대등하고 가격은 수입제품의 절반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저조했으나 최근 학교기관에 잇따라 공급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이들 학교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제품의 구매계약을 취소하고 구입선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시험기기업체인 제이오텍도 최근 일본, 독일업체들과 구매계약을 취소한 국내 화학관련업체 및 대학 등에 자체 개발한 항온항습조(Chamber)를 공급키로 계약했다.
측정시스템 전문업체인 인텍엔지니어링도 지난해 국내 첫 개발한 「광학식 치수, 형상, 표면조도 3차원 측정기」가 국내시장을 점유해온 미국, 일본장비와 비교해 성능이 뛰어난 데다 가격도 3분의1 수준에 공급하면서 국내 부품, 전자, 화학업체들과 연이어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이처럼 국내기업, 연구기관들이 초긴축재정으로 올해도 비용절감에 적극 나설 계획인 데다 원화절상이 불투명하면서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싼 국산 산업전자기기의 구매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산업전자기기들이 외산과 경쟁력을 갖기 위해 품질향상 노력을 적극 기울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외면받아왔다』면서 『최근들어 환율상승으로 국산 산업전자기기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국산 산업전자기기의 우수성을 인지하고 구매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업체들의 숨통을 터주게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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