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CIS 수주경쟁, 새해 벽두부터 다시 후끈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이 지난해 사활을 걸다시피 한 한국통신의 고객정보시스템(CIS)용 전산시스템 수주경쟁이 새해 벽두를 또다시 달구게 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통신이 시스템 구매에 앞서 지난해말 실시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마케팅 분야에 응찰한 대우통신-IBM, 삼성전자-지멘스정보시스템 연합이 시험에 통과한 반면 빌링(요금계산)분야에 응찰한 5개 컨소시엄군은 모두 한국통신이 제시한 성능 및 기술기준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재시험을 치르게 됐기 때문.

이에 따라 빌링분야에 응찰한 일진-디지탈, KCC정보통신-SGI, 한국유니시스-시퀀트, LG전자-썬마이크로시스템즈, 현대전자-HP 등 5개 컨소시엄군은 이달 중순경 다시 벤치마크 테스트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빌링분야에 응찰된 시스템들을 벤치마크 테스트한 결과, 참여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든 시스템이 한국통신이 당초 제시한 기술기준 및 성능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면서 『이달중으로 해당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재시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시험결과를 토대로 재입찰을 실시한 것인지 혹은 재시험만 실시한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이른 시일내 최종 방침을 결정해 시스템의 도입을 가급적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CIS용 전산시스템 빌링분야 수주경쟁에 전사적인 노력을 경주해온 5개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자사 시스템이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재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수배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빌링분야에 응찰한 5개 컨소시엄군의 시스템 모두를 기준미달로 처리한 한국통신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국통신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 외국 중대형컴퓨터 업체의 관계자는 『빌링분야에 응찰한 5개 업체 가운데 한 업체의 시스템은 현재 한국통신의 프리빌링(사전 과금)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여타 업체의 기종도 외국 통신서비스 업체에서 빌링, 고객대응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벤치마크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기종이 기준미달로 처리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벤치마크 테스트는 국내에서 실시된 것이 아니라 미국 본사에서 실시된 점을 감안할 때 한국통신의 방침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중대형컴퓨터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를 타개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공공부문 지출을 억제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한국통신이 시스템의 기준미달을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 자체를 연기하려는 것이 아니냐』 하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의 관계자는 『시스템 구매일정의 연기는 단순히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한국통신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흡했기 때문이지 프로젝트의 연기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한국통신은 가급적 시스템 구매일정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한국통신의 입장 설명에도 불구,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한국통신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 실시될 제2차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 벌써부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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