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의료기기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외국에서 생산된 전자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하던 수입업체들이 최근들어 국내 제조업체의 대리점으로 편입되는 등 새로운 유통체계가 정립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달러 및 엔화의 폭등으로 거의 모든 전자의료기기 수입업체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상당수 수입업체들이 국내 제조업체의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섰다.
특히 메디슨, 동아엑스선기계, 한신메디칼, 로얄메디칼 등 경쟁력 있는 전자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IMF 체제 이후 수입업체들로부터 대리점 가능성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 대리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입업체들의 제조업체 대리점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환율 폭등으로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데다 환차손을 보전하기 위해 판매가를 인상할 경우 국산제품과 아예 경쟁할 엄두조차 낼 수 없으며 리스 등 금융상품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무더기 도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생존 차원에서 선택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서울대학병원, 연세대의료원, 서울삼성병원 등 유명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다수의 병원들도 수입장비 리스에 따른 어마어마한 환차손으로 의료기기 신규도입을 자제하기로 했으며 꼭 필요한 제품의 경우 국산으로 대체키로 해 수입업체가 살 길은 더욱 좁아진 상태다.
국내 전자의료기기 생산업체들은 이들 수입상의 대리점화를 내심 반기면서도 그동안 동거동락해 온 기존 대리점의 반발을 우려, 성급한 대리점 계약 체결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업체의 영업 노하우와 판매망 확충이 아쉬운 제조업체들로서는 기존 대리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능력있는 수입업체를 대리점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공식 대리점 체결 건수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지식이 필요한 첨단 아이템의 경우 영업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수입업체에게 자사 대리점이 돼 달라고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상황이었다』며 『원해서 된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외산 전자의료기기 수입을 자제하고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수입 전자의료기기 일색이었던 국내 전자의료기기 유통구조가 제궤도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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