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0)

『선생님, 그렇습니다.』

김지호 실장이 진기홍 옹의 말을 받아 이어나갔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시각에 하늘에 떠 있는 1호 위성과 2호 위성의 자세가 동시에 흐트러져 위성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위성도 같은 시각에 고장이 났었다는 것인가요?』

『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외전화를 총괄하는 동대문 지점의 전자교환기 감시장치도 같은 시각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일시에 통화량이 몰려 시스템이 다운되었습니다.』

『그러면 그것들을 한군데서 조종할 수 있는 데가 있소?』

『없습니다. 각각 분리된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통제실에서는 각각의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통신망을 총체적으로 통제할 뿐입니다. 어느 한군데서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지 않소?』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망 운용상 이러한 사고가 동시에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우연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곳 맨홀에 대한 현장검증은 끝났소?』

『네, 저도 맨홀 속으로 들어갔다 왔습니다. 공식적인 사항은 경찰에서 발표하겠지만, 이곳의 화재원인에도 이상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오?』

『화재는 수중모터를 가동시키는 분전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분전반에 불이 붙었다는 것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분전반의 불이 통신 케이블에까지 옮겨붙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통신케이블은 여간해서 불이 붙지 않습니다.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지만, 분전반이 가열되어 소손되었다고 해서 통신 케이블에 그렇게 쉽게 옮겨 붙지는 않습니다.』

김지호 실장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긴 통신 케이블이 맨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케이블을 맨홀 속으로 집어넣고 필요한 양의 케이블이 맨홀 속으로 쌓이게 되면 케이블 양쪽에서 복구요원들이 접속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 사고 현장마다 이상한 점들이 확인되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사고 현장마다 고도의 성능을 가진 고객 주문형 칩이 사용되었습니다. 일반 칩이 아니라 특수하게 제조된 칩이었습니다.』

『특수한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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