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정보통신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이 최근 미국 유니SQL사의 객체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ORDBMS)인 「유니SQL」 소스코드 및 판권을 인수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SQL」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ORDBMS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재미한국인 과학자 김원 박사가 지난 91년 개발한 차세대 DBMS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김 박사는 일본 NTT데이터통신과 손잡고 설립한 유니SQL사를 통해 이를 본격 보급, 현재 이 회사는 일본의 도시바, 소니 등 일본에만 8백여 고객사이트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제일기획, 문화체육부 등 1백80여 사이트에 공급하는 등 전세계 9개국에서 2천여 고객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 소스코드 및 판권인수는 전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DBMS업체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 DBMS업계는 물론 전체 소프트웨어업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DBMS시장은 유닉스 기반의 RDBMS의 급속한 성장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여 총 57억 달러를 기록, 지난 95년의 49억 달러에 비해 15% 가량 성장했다. 이런 추세는 몇 년 동안 지속돼 5년 후인 2001년에는 1백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서도 컴퓨터운영체계(OS)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소프트웨어인 DBMS개발에 애써 왔다. 이 결과 정부지원 아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산DBMS인 「바다」를 개발했고 삼성전자와 대우통신도 각각 「코다」와 「한바다」라는 이름으로 이를 상품화했으나 DBMS분야는 원래가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사례가 말해주듯이 한국컴퓨터통신의 이번 소스코드 및 판권인수는 현재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과 사이베이스, 인포믹스 등 미국세가 석권하고 있는 DBMS분야에서 우리나라도 DBMS엔진 관련기술 및 노하우 보유국으로서 위상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곧 지금까지 미국에 지급해 온 막대한 로열티 부담을 해소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기업들과도 어깨를 겨루게 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이번 인수는 최근 세계적인 DBMS업체들이 차세대 DBMS로 주목하고 있는 ORDBMS제품의 시장선점 경쟁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이미 오라클, 인포믹스, 사이베이스, IBM 등 세계 DBMS시장의 4대 업체는 차세대 DBMS로 부상하고 있는 ORDBMS분야의 세계시장을 놓고 주도권 잡기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와 함께 이번 소스코드 및 판권인수는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DBMS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실정에서 전세계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DBMS엔진을 자체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국내 DBMS 기술축적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고 DBMS관련 핵심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밖에도 국내 응용소프트웨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DBMS분야의 국내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에게 필요한 부분의 소스를 공개해 우리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유니SQL」 소스코드 및 판권인수는 DBMS개발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막고 여기에 이미 성공한 제품으로서의 인지도를 함께 보유하게 돼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세계적인 몇몇 소프트웨어업체들에 의해 사실상 과점상태에 있는 DBMS 시장참여가 기술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여기에는 고차원적인 마케팅 능력 및 지속적인 기술 개발 및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컴퓨터통신은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의욕이 앞서 좋은 시스템소프트웨어 소스를 보유하고도 제풀에 무너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기술 인력의 확보와 함께 기존 고객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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