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단선진화사업 추진 신중을 기해야

정부가 칠판 없는 교실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교단선진화사업이 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어 우려의 소리가 높다.

교단선진화사업은 칠판을 각종 멀티미디어 장비로 대체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시청각 교육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6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업의 중요성과 규모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오는 99년까지 계속되는 이 사업의 대상은 20만4천개에 달하는 초, 중, 고 각급 학교의 일반교단이다.

교단선진화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교사들은 분필로부터 해방되며 학생들은 대형 프로젝션 TV나 컴퓨터 화면영상기를 통해 생생한 시청각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중요성이 강조되는 교단선진화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장비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모니터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장비의 하나로 우선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하지만 모니터부문의 공급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어 내년도 신학기부터 6만5천 학급에서 시청각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너무 촉박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내년 신학기부터 교단선진화 혜택을 받게 되는 6만5천 학급은 금년 겨울방학 동안 설치공사를 마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모니터의 경우 프로젝션 TV나 컴퓨터 화면영상기 가운데 하나를 학교 실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선택의 도움을 주기 위해 일선 교사들에게 양제품의 시연회를 실시한 바 있다. 설치공사 시작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서야 기종 선택평가회를 가진 것 자체가 빠듯한 일정임에 분명하다.

시연회를 가진 교사들은 나름대로의 평가결과서를 마련, 학교측과 회의를 가져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한 검증을 거친 올바른 평가가 나올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설치공사 시작을 불과 50여일을 앞두고 실시한 교단선진화 장비입찰에 있다. 조달청은 지난달 말에 교단선진화 장비 적격업체 심사 및 가격입찰을 실시, 프로젝션 TV 2개 업체와 컴퓨터 화면영상기 2개 업체를 적격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가격입찰은 모두 유찰돼 이달 15일에 재입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측의 제시가격과 업체의 제안가격이 큰 차이가 있어 입찰이 성사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시연회와 입찰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공사개시 일자는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도 결론이 안난 상태다. 설령 입찰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장비공급 지연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주요 구성장비의 하나인 컴퓨터 화면영상기의 경우 핵심부품인 대형 브라운관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생산능력도 예상수요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차연도 사업이 완료되는 내년 2월까지 5천대 이상의 부족사태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특히 이같은 문제가 이미 금년 초에 발생했음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데서 정부에 대한 따가운 눈총은 강도를 더할 수밖에 없다. 금년 초에 광주교육청에 공급키로 했던 5백대 물량의 컴퓨터 화면영상기가 제때에 공급되지 못해 업체가 지체보상금을 물었던 것이다.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 반복한 셈이다.

지난 80년 초 독일(당시 서독)에서 우리의 교단선진화사업과 비슷한 대규모의 교육정보화 사업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계획기간만 6년 5개월이 걸렸으며 8년 동안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교육을 실시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꼼꼼한 계획과 민, 관이 하나가 돼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교육정보화는 어느 분야의 정보화보다 중요성이 강조되며 21세기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달 만에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눈앞에 닥쳐서야 서둘러 실행에 옮기는 안일한 교육정보화사업이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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