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1)

사내는 새끼손가락으로 테라코타의 젖꼭지를 매만졌다. 누를 듯 말 듯 동그라미를 그리며 애무했다.

진실.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진실.

그것은 섹스였다.

사내는 혜경의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진실을 위한 가식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0과 1, ON과 OFF뿐인 컴퓨터와는 다른 것이었다. 인간에게 거짓말하는 동물은 없다. 인간 이외에는 없다. 인간은 인간에게 거짓을 행한다. 하지만 그 거짓은 인간사회를 유지시키는 근본이 되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 섹스가 그것을 잘 설명해 준다. 사내는 늘 그렇게 여겨 왔다. 혜경도 마찬가지였다.

뿌-. 길게 디주리두 소리가 이어졌다.

호주의 블루마운틴 에코포인트에서 호주 원주민이 불어대던 디주리두. 입술로, 혹은 볼로, 혹은 가슴으로 혹은 아랫배 전체를 이용하여 불어대는 디주리두 소리. 당시 사내는 그 소리를 위해 호주여행을 온 것처럼 녹음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그 소리와 인디언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졌다.

디주리드는 자신들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한 원주민들의 문화를 전승해 주는 소리였다. 또한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랑의 소리였으며, 사랑 획득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했다. 사랑을 고백하고, 여의치 않을 때에는 여자를 두들겨 패서 기절시킨 후 사랑을 획득하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뿌아아아-. 구멍 뚫린 통나무에 오로지 입술만을 사용해 길게, 때로는 짧게 소리를 내는 디주리두는 흥분의 소리였다. 여자와 남자를 흥분시켜 원시적 진실로 다가서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같이 동행했던 혜경을 위한 소리이기도 했다.

이제 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장장 여섯 시간 동안 긴 섹스를 하던 사마귀가 사라진 화면으로 거대한 파리떼가 클로즈업되어 나타났다.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 수많은 암컷 파리들이 떼를 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춤추는 파리. 떼를 지어 같은 장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추는 암컷 파리 앞으로 수컷 파리가 먹이를 가지고 등장했다. 먹이를 본 순간 암컷 파리 한 마리가 그 먹이를 향해 달려들자 수컷 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암컷의 등뒤로 달려들었다.

기브 앤드 테이크. 암컷이 먹이를 먹는 동안만의 섹스. 먹이를 다 먹자 암컷과 수컷은 다시 떨어지고 암컷 파리는 다시 요란한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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