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기술 개발전략 통합 서둘러야

21세기를 향한 세기적 기술전쟁이 시작됐다. 기술선진국들은 이미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을 총동원해 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로 무장하지 않고는 소망스런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전자정보산업을 이끌어갈 신기술은 크게 보아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신망과 이를 활용해 영상을 전송, 구현하는 고도의 영상처리기술, 이를 하나의 공간에 실현하기 위한 디스플레이기술과 오디오기술,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제어, 운영할 수 있는 컴퓨팅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멀티미디어의 경우 현재의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21세기 초까지는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한 부문별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통신, 컴퓨터, 가전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21세기를 겨냥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부품과 핵심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는 있지만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벽한 통일 운용체계가 구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전자정보업계 전문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2005년 전자정보산업 기술예측」은 우리의 중장기 기술개발과제와 방향을 설정해주었다는 점에서에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우리나라 전자정보산업의 기반확충을 위한 우선기술 개발과제로 MOS메모리, 고선명(HD)TV, 서버급 워크스테이션, 초고속 ATM교환기, 휴대형 고해상 초음파진단시스템, 리튬전지 등이 꼽혔다. 또 오는 2000년께에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시스템과 가상현실 컴퓨터, 저궤도 위성이동 통신시스템 등에 대한 국내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이들 제품의 상용화 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부문별 기술개발 동향을 보면 AV부문의 경우 양방향성이 강조되면서 화질의 고해상도와 고음질을 실현하는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측됐다. 컴퓨터부문은 중형컴퓨터 및 메인프레임은 개방형 시스템과 다운사이징 추세를 적극 반영하고 대형컴퓨터는 데이터 보관 등 서버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SW의 경우 객체지향형 DB기술과 그룹웨어가 보편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부문은 전송기술의 광대역화, 고속화, 다원접속화의 진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단말기기술의 경우 음성 이외에 영상,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복합기능 단말기기술로 전이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부문은 고성능 프로세서와 방대한 메모리 덩어리로 발전하며 게이트 어레이의 경우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으로 주문형 반도체(ASIC)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진흥회는 이번에 실시한 기술예측을 토대로 △오디오/비디오(AV) △컴퓨터/SW △통신 △전자응용 △반도체 △전자부품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기술의 난이성, 요소성, 상업성, 개발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분야별로 5개씩 총 30개 과제를 우선기술 개발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기술예측은 거시적이고 총체적인 기술개발 전략이라기보다는 각론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선정과제를 차질없이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산업을 선도할 전략기술의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차원의 「21세기 신기술 비전」이 먼저 제시되고 각 부처나 산하단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기술개발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우리도 이제는 기술개발전략을 국가차원의 보다 큰 체계로 통합, 연계하고 필요한 경우 복합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정책에 대한 실천방안인 비전과 전략, 법규, 기구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재검토하고 업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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