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통신 통한 불법유통 방지책 급하다

전세계 정보망으로 형성된 사이버 스페이스는 전례없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방식과 습성 등을 총체적으로 바꿔놓을 정도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우리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상공간에서 PC통신을 이용한 불법 복제물의 판매가 성행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보도다. 문화체육부와 공연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이달초 10일동안 PC통신판매 내용을 검색한 결과가 PC통신이 불법 복제판매의 온상으로 자라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 검색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백10건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33건이 불법 복제된 타이틀과 비디오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동부지청도 최근 두달간 PC통신의 사설BBS 및 공개구매란을 집중 수사해 컴퓨터 프로그램과 음란CD, 게임CD 등을 무단 복제해 유통시켜 온 복제업자 및 판매사범 22명을 적발해 이중 2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범은 주로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프로그램CD, 음란CD 등을 대량으로 복제한 후 하이텔, ,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사설BBS를 개설해 두고 구매자와 비밀리에 접촉하거나 열람이 자유로운 알뜰시장란을 통해 공개적으로 판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PC통신을 통해 불법복제물이 범람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까지 가정에서 간단한 복제장비를 갖추고 불법복제에 나서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PC통신판매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만들기 어렵다는데 있다.

PC통신 서비스업체들이 이용게시판에 올라있는 내용 가운데 일부 문제가 있는 내용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삭제하고 있으나 불법복제 유통 자체를 뿌리뽑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법복제업자들이 주로 PC통신을 통해 불법리스트를 보내고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도 단속기관 이외에 통신내용을 검열할 수 없어 통신서비스업체들의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PC통신, 나우콤, 유니텔 등 국내 PC통신업체들과 공동으로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상용소프트웨어 전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키로 합의해 7월 중순까지 DB구축을 완료하고 각 통신사를 통해 상용SW DB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 구축되는 상용 소프트웨어 전용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사들이 상용제품을 통신망을 통해 간단히 등록하면 각 통신사들이 이를 활용해 등록된 제품의 상용제품 여부를 판단, 무단복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지난해 PC통신망에 무단 배포돼 사회 문제로 비화됐던 보광미디어, 큰사람컴퓨터 등의 피해사례를 줄이는 데는 크게 도음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통신망에 배포되는 프로그램들이 상용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방법이 없어 현재도 많은 판매용 소프트웨어가 통신망에서 불법 배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금만능주의와 함께 소프트웨어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같은 불법복제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가상공간에서의 거래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터넷 등의 보급확대로 전자상거래의 이용자층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PC통신을 통한 불법복제의 유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우선 소프트웨어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불법복제를 범죄시하는 의식이 형성되도록 정부 관계당국이 지속적인 단속과 대국민 계도를 해야 할것이다.

이와 함께 PC통신을 이용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도 개발해야 한다. PC통신의 익명성을 이용해 타인 명의의 ID를 이용하거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등 지능적 수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제도적 면은 물론 기술적 측면에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