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78)

1호 위성 발사 과정에서 은옥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은옥의 임무는 발사 카운트다운을 할 때 발사를 주관하는 업체의 책임자로부터 위성의 상태와 위성관제 준비상황을 보고받아 확인한 후 카운트다운을 지시하도록 되어 있었다.

은옥은 발사체와 위성체 등 각 분야의 책임자가 3번의 투표를 거쳐 위성체 발사준비 완료를 통고하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카운트다운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은 발사를 명령하는 것으로, 실제 1호 위성 발사의 실무적인 업무를 총괄한 것이었다.

그때 은옥은 발사 카운트다운 도중 언제라도 발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카운트다운을 중지시킬 수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관계자의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박사님, 광화문 네거리 맨홀 화재로 발생한 통신망 장애는 회선절체를 통하여 작업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비상회선과 우회회선으로 기본적인 통신망 운용은 이상이 없답니다.』

『이 과장, 맨홀 화재는 어떻게 되었답니까?』

『맨홀에서 일어난 화재는 이제 불길을 잡았답니다. 불이 꺼지더라도 유독가스 때문에 맨홀 속으로 복구요원을 투입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장애에 걸려 있는 회선은 어떻게 되지요?』

『위성에 걸려 있는 모든 회선은 죽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긴급하게 쓰는 특수번호와 국제회선도 죽어 있습니다.』

『TV와 방송은 어떻습니까?』

『일반 방송은 이미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위성에 걸려 있는 위성방송은 그대로 죽어 있습니다. 위성뿐만이 아니라 케이블TV도 서울 시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죽어 있습니다. 위성을 통하여 지역방송까지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은옥은 지상망의 회선절체가 완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절체시스템을 활용하면 즉각 절체가 가능할 것이지만 이제서야 절체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다행이었다. 위성통신망에 장애가 생긴 이상 지상망이라도 복구되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김지호 실장.

은옥은 잠깐이지만 남편을 떠올렸다. 지금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통제실에서는 난리가 났을 거였다. 모든 회선의 절체작업도 거기서 이루어졌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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