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디자인, 세계 수준에 도전한다.」 그간 전자제품의 마지막 경쟁력으로 불릴 만큼 그 중요성을 인정받으면서도 미국과 일본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낙후된 분야의 하나로 꼽혔던 가전 디자인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기업의 엄청난 투자와 연구원들의 개발 의지가 집중된 결과 최근에는 소비자들로부터 「디자인이 좋아 사고 싶다」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세계 유수의 디자인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세계 수준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특히 한국 가전산업의 「자존심」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경영 전략적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면서 새롭게 선보이는 일부 제품들은 「디자인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진 채 「디자인이 시장을 창출」하는 21세기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수상작인 「인터넷 공중전화기(LG전자)」는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스템적 공중전화기라는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의 단순성과 견고한 미래 지향적 시설물 구조를 표현한 작품이다.
지난해 굿 디자인 통산부장관상과 독일 IF상을 동시에 수상한 「유무선 자동응답전화(LG전자)」는 첨단 기술 이미지 표현을 겨냥, 일반적인 라운드 스타일에서 직선과 2차원적 곡면을 조화시킨 조형 전개로 주목 받았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얼마전 발표된 미국 IDEA 국제 디자인공모전에서 콘셉트부문상을 수상한 「휴대용 노트PC(삼성전자)」는 신세대 취향을 고려, 그들이 즐기는 스케이크 보드 모양을 본뜬 것으로 둘러멜 수도 있으며 떨어뜨려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특수 재질을 사용해 제작했다.
역시 해외공모전 수상작인 「패션 전화기(삼성전자)」는 젊은층의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후크에 연결되는 기존 수화기 개념을 깨고 특수 재질을 이용, 수화기를 본체 아무 곳에나 올려도 고정되도록 했다.
정보통신 제품뿐 아니라 비디오 카메라나 청소기, 카세트에까지 소비자의 시선을 유혹하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선보인다.
독일 IF상 수상제품인 「진공청소기(삼성전자)」는 마치 잠수함의 앞면을 연상시키는 외형과 색상으로 장중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한껏 뿜어낸다. 물론 사용 편의성과 기능도 일반 청소기에 비해 훨씬 뛰어나도록 설계됐다.
굿 디자인 상품선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비디오 카메라(LG전자)」는 데크 및 카메라 분리 착탈식을 채택하고 컬러 액정 모니터를 부착해 사용 편리성과 용도 다양화를 극대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고급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이렇게 공인받은 「작품(?)」들 외에도 소비자들의 요구(니즈)를 수용, 적절하게 디자인을 개선해 시장에서 짭짤한 성과를 올리는 「검증형 제품」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카세트.
LG전자는 무선전화기식 자유 충전과 로터리 타입의 버튼, 65시간 재생 등을 특징으로 한 「아하 프리」를 출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학생층을 겨냥한 일명 개구리 카세트가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이 제품은 사내 제안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동급의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과 가격면에서 두드러진 우월성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수요 대상의 요구를 확실히 파악하고 그들의 취향에 부응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 적중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전 디자인의 세계 도전은 기업의 장기 정책방향 중에서도 맨 앞자리에 설 만큼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에만 2백30여명의 전문인력이 디자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고, LG전자 디자인센터에는 1백90여명이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의 최신 정보와 현지인 정서를 고려한 디자인 개발을 위해 각국에 연구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오는 2000년께에는 명실공히 글로벌 디자인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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