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고 있었다.
맨홀 속에서 치솟던 불길이 꺼지고 있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소방관들이 관창을 맨홀 속에 들이대고 물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시청 쪽과 종로 쪽의 불기둥도 차츰 작아지고 있었다.
혜경.
하지만 달아오른 혜경의 몸은 식지 않고 있었다.
흥건히 적은 속옷. 온몸으로 스멀스멀 버러지가 기어다니는 듯했다. 혜경은 다리를 번갈아 오므렸다 펴고, 다시 오므렸다 펴곤 했다. 등줄기로 긴 소름이 끼쳤다.
혜경은 어깻죽지를 움직거리며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아.
순간 혜경의 뇌리 속으로 떠오른 것은 말(馬)이었다.
그 넓은 초원에서 갈기를 휘날리며 날뛰던 그 말 한 마리. 검은빛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키 큰 말 한 마리가 혜경의 몸 뒤로 다가오는 듯했다.
혜경은 제주도 종마장에서 보았던 암말과 수말의 교접행위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환철. 우연히 동행하게 된 환철과 함께 보았던 장면이었다.
혜경은 눈을 감았다.
그 길이와 굵기를 떠올리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암말이 엉덩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좌우로 움직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국부의 붉은 질 점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암말은 순간순간 투명한 액체를 세차게 갈겨대기 시작했다. 음수였다. 암말의 음수에 흥분이 극에 달한 수말이 자신의 자랑스러운 대물(大物)을 마구 흔들어대며 앞발을 들어 벌떡 일어나 하늘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그 대물의 끝에서 점액이 흘러나왔다.
혜경의 몸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환철. 오늘도 환철의 방으로 찾아들어야 하는가? 혜경은 환철을 떠올릴 때마다 제주도 종마장의 그 수말을 떠오르곤 했었다. 철썩, 철썩. 암말의 엉덩이를 두들기던 수말의 대물.
스텝 바이 스텝이 아니었다. 수말은 단 한번에 링크시키려는 듯 장대한 그 끝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팔모양으로 벌어진 수말의 귀두에서 점액이 줄줄 흘렀다.
이제 사그러들기 시작하는 불길과는 달리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달아오른 혜경의 등뒤에서 앞발을 높이 치켜든 수말 한 마리가 다가들고 있었다.
갈기를 고추 세우고 하늘 향해 힘차게 울부짖으며 혜경의 등뒤로 다가들고 있었다.
오늘도 환철의 침대로 찾아들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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