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프트웨어 가격책정을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는 실제소비자가격제(ERP)를 도입, 운용하고 있다는 보도다. MS는 최근 발표한 신제품 「MS오피스97」의 판매가격을 유통점들이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하는 가격을 조사, 평균가격을 산출해 정하는 방식으로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MS는 또 오는 6월까지 자사의 전제품에 대해 이같은 실소비자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가 MS의 제품가격 책정방식 변경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것은 현재 특정제품에 한해 실시하고 있지만 MS의 방침이나 시장지배력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또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업계의 새로운 제품가격 책정방식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MS가 실제소비자가격제 적용을 발표한 후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유통업계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MS가 이번에 새로운 가격책정방식을 도입한 배경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부도가 잦은 불완전한 소프트웨어 유통환경에서 지속적인 매출신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과당경쟁을 일삼는 유통업체들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으로 이런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시장 과점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MS가 국내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시장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장기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MS측도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의 과당출혈경쟁이 난무하는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개발사들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MS의 새로운 가격책정 방식도입은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유통 가격체계 바로세우기」를 공식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MS의 장단기 경영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다. MS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며 그 결과는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두 말 할 필요없이 그 이유은 유통점에 따라 들쭉날쭉한 판매가격에 혼란을 느끼거나 피해를 보는 소비자를 없애겠다는 고객보호 측면이라 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소프트웨어 유통가격체계가 유통업체와 소비자 위주로 재편된다고 할 수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고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거래하는 가격을 조사, 평균가격을 공표하겠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 위주로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시장가격 조사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 시장조사회사에 맡겨 6개월마다 전국 13개 시, 도의 주요 총판과 대리점 및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조사결과가 6개월 전과 다르면 즉각 가격을 공표하고 판매가격도 조정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와 가까운 유통업체에서 제품판매 가격을 먼저 결정하게 하고 그 가격에 맞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나가겠다는 것이다.
MS의 이같은 조치는 시장흐름으로 보아 당연히 가야 할 길이며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도 이른 시일 내에 도입, 시행하길 바란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의식이 확산되면서 가격파괴점이 등장하는 등 유통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통점들이 싼 값에 팔면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비판적 시각으로 봐왔으나 지금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파는 유통점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만큼 유통업계는 물론 공급업계에도 유통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소비자가격제가 정착되면 소비자의 피해도 줄게 되고 시장질서도 바로 서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MS가 선도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도 이 제도를 도입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MS는 이런 과도기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와 계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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