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61)

1904년 6월 25일 북청전보사 전보.

「러시아 병사 3백명이 방금 경성(鏡城)에 도착하여 통신선로를 가설하고 있다고 하옵고, 경성 아래의 통신선로는 러시아 병사가 끊고 뽑고 하는데, 미련한 백성들도 전선줄을 끊고 베고 해서 형편없이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조치 요망.」

통신원 지시.

「상한 전주와 전선은 장차 수리케 할테니 통신을 중단치 말고 다시 훈령을 기다리며 백성들의 못된 버릇은 군수들에게 금하도록 했으니 그리 알 것.」

6월 27일 원산전보사 전보.

「금월 22일부터 원산에서 함흥까지 전신선이 복구되었음. 일본 군대에서는 문천까지 전화를 설치하고 전보와 전화를 한 시간씩 교체 통신하고 있다고 함. 금일 원산 이남의 전주에 전선을 걸어 수리를 하고 있는데 잘되고 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일간 살펴서 보고하겠음.」

6월 29일. 함흥전보사 전보.

「성진우체사 우체부 김광수 편에 들었는데 수십일 전부터 경성 전보사를 점거한 러시아 병사가 전선가설공사를 완료하고 그들의 영토인 연추(烟萩)와 해삼위(海蔘威)로 통신한다 하옵기 전달하옵니다.」

7월 2일 북청전보사 주사 이병종 보고.

「올 5월 28일 상오 2시경에 러시아 기마병 20여 명이 먼저 북청전보사에 와서 발전기 두 대와 보축을 가져가고 그후 또다시 3백여 명이 와서 일본인들의 전보발송 내역서를 빼앗아 배달내용을 알려달라고 위협하였음. 대저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중에 우리 공물을 마구 집탈함은 온당치 못하고, 이 광경이 심상치 않으므로 잠시 함흥으로 피하여 사유를 전달한 후에 곧 돌아온 즉 발전기 두 대는 반납되었으나, 고장(破傷)으로 쓸 수가 없고, 러시아 병사들이 뽑고 끊은 전주와 전선을 부근 주민들이 서로 다투어 가져가서 형편없이 되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며 어찌 조치하올지 조치 요망.」

통신원 지시.

「전보가 왔다 갔다 했으므로 알고 있는 사실임.」

인왕산에 걸린 저녁 해가 서재 안으로 밀려들었다. 하루해가 지는 것이다.

진기홍 옹은 읽고 있던 요람일기에서 시선을 거두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인왕산 능선에 걸린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진기홍 옹은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느꼈다. 요람일기가 쓰여질 당시 러시아 병사들에 의해 끊긴 전선을 다투어 집으로 가져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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