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 의료기기업체간 특허관련 분쟁 심화될 듯

WTO체제 개막에 따른 무한경쟁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산업재산권 관리가 체계화되고 있으나 의료기기관련 업체의 경우 이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의료기기 업체간 특허관련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특허관리에 철저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의료기기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다국적 기업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됨에 따라 특허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하면 기존 의료기기 전문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신메디칼은 델타메디칼이 자사의 멸균소독기를 불법으로 카피, 영업상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델타메디칼 제품에 관한 판매 가처분신청을 접수하고 고소했다.

이에 델타측은 변호사를 선임, 특허청에 한신의 특허가 무효라며 특허청장을 상대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등 맞대응을 펼치고 있는데, 특허와 관련한 분쟁이 법정까지 비화된 것은 의료기기 업계로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5월 2일 수원지법에서 3차 공판이 있을 예정인 이번 사건은 특히 93년 2월 특허를 출원, 4년이 가까운 96년 12월 18일에야 등록이 이뤄졌기 때문에 한신측이 승소할 경우 출원일로부터 특허와 관련한 권리가 소급 적용돼 자칫하면 델타메디칼이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마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GE의료기기는 몇년 전 거액을 투입, 심전계(ECG) 생산라인을 갖추고 양산단계에 들어가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다 돌연 사업을 철수했는데 그 원인은 일본 스즈캔사의 「캔즈」라는 모델을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그대로 복사, 스즈캔으로부터 특허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는 별도로 중외메디칼은 최근 자사의 무영등 개발 담당자가 경쟁업체인 대웅메디칼로 이직, 대웅의 제품이 핵심기술 측면에서 중외의 제품과 거의 유사해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특허관리를 소홀히 해 출원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결국 구두 항의하는 데 그쳐야 했다.

이처럼 의료기기 업체들의 특허 등 산업재산권 관리가 극히 소홀한 것은 우선 영세한 중소업체가 산업구조상 절대다수를 차지, 최고경영자의 산업재산권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은 데다 외국 제품을 그대로 들여다 모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는 업계 풍토로 인해 특허를 출원할 만한 기술개발 성과가 드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특허청이 95년 산업재산권 4건 이상을 출원한 2천6백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허관리 운영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재산권의 효과적인 보호, 관리를 위해 특허관리 전담부서를 설치한 업체는 96년 12월 말 현재 9백2개사로 집계, 34.7%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95년의 8백59개사에 비해 43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조사대상 2천6백개사 중 순수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메디슨 단 한 업체에 불과하며 기술확보 차원에서 의료기기를 개발한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을 포함하더라도 최대 10개사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산업재산권에 관한한 의료기기업계는 불모지임을 증명한 셈이다.

의료기기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유망업종으로 인식, 정부가 주도해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의료기기 업체들도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의료기기 업체들은 특허를 출원할 만한 기술을 개발했을 경우 특허출원이 용이하도록 산업재산권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담당자만이라도 지정,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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