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봇 협회를 설립하라

국내 로봇산업계를 이끌고갈 협회나 단체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자동화를 구현하는 양대축의 하나인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이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할뿐 아니라 국내 시장규모가 2천억원을 상회하고 있고 삼성, 현대, LG, 대우를 비롯 1백개 업체가 이분야 사업에 참여하고있는등 규모가 커져 이 업계를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의 용도가 자동차, 전자, 조선 부문에서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원자력, 우주산업, 해양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각종 기술정보 등 국내외 산업동향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나 각 산업체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를 대신할 협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있다.

현재 국내 로봇 산업계에 제공되는 정보는 공작기계협회가 집계, 발표하는 국내 7대 메이저 업체의 월별 로봇 생산, 출하, 재고 동향이 고작인 상황이며 그나마도 2∼3개월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다수 업체가 주먹구구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래 가지고는 해외시장 공략은 고사하고 내수시장마저 외국업체에 내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산업계의 효율성제고와 국제경쟁력 강화차원에서 국내 로봇산업을 대변할 협회나 단체 설립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일본이 세계 최고의 로봇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협회, 로봇업체, 연구단체가 힘을 합쳐 정보를 수집하고 발전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첨단 기술정보 및 다양한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창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할것이다. 특히 기술 파급효과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업계의 권익을 대변해 줄 협회가 없어 다른 산업보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업계의 불만도 있다고한다.

그럼에도 협회 설립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업체간 이해에 집착하여 이를 미루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다보면 대규모 투자와 협동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는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국내시장까지 이들에게 내줘야 하는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관련업계는 이제부터라도 국내시장에서 「泥田鬪狗」하던 영업전략에서 탈피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해 힘을 응집시켜야 한다.

물론 로봇 몸체에 해당하는 기구부(80∼90%)와 컨트롤러에 해당하는 제어부(60∼80%)를 국산화하는 수준인 기술력을 가지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핵심부품인 서보모터와 정밀감속기는 수입에 의존하고 설계와 응용기술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대그룹 계열사가 국내 로봇 시장을 분할 점유함에 따라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이 미미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시장은 「그림의 떡」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 로봇 관련업체가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쳐도 매출총액의 8%를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 ABB한업체의 R&D비용에도 못미친다는 우리의 현실이 해외시장공략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협회를 설립해 중복투자를 최소화하고 시행착오를 방지해야 한다. 핵심부품의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산­학­연­관 협력체제 구축하는 한편 최근들어 보편화되고 있는 컴퓨터 통합생산시스템 도입 추세에 대비, 로봇과 타 장비를 접속할 수 있는 통신체계 표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외부기기와 접속할 수 있는 개방구조형 로봇 제어기와 PC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체계를 표준사양으로 하는 로봇제어기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2000년대 최대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로봇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살아남으려면 협회를 설립해 수많은 난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협동정신이 필요하다.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 로봇 선진국 진입의 열쇄를 쥔 로봇협회 설립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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