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흥은행 광주지점에서 발생했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위폐입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자판기업계와 관련 부품업계에 지폐식별기의 위폐감별기능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제의 초점은 문제가 된 ATM의 핵심부품인 지폐식별기가 어느 회사제품이냐는 것과 입수율 및 위폐식별률에 관한 것.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고액권용 지폐식별기의 품질이 미흡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입증됐다.
지폐식별기는 사용되는 지폐에 따라 지폐 한 종류만을 식별하는 1금종과 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 등 3종류를 모두 식별할 수 있는 3금종으로 나뉜다. 또 판별방식에 따라 광투과방식, 자기방식, 광자기겸용방식 등으로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조흥은행의 ATM은 외산 1만원권 전용 1금종 지폐식별기를 장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폐식별기에 대한 성능평가는 주로 식별속도, 입수율, 위폐배제율 등으로 이뤄진다. 자판기용으로 많이 쓰이는 1천원권 1금종은 한국콘럭스를 비롯, LG산전,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국산화에 성공, 자사의 자판기에 장착하고 있다. 이들은 3금종도 국산화했지만 핵심부품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1금종이든 3금종이든 지폐식별기는 입수율과 위폐배제율이 반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수율이 높으면 위폐배제율은 그만큼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두가지 모두 높게 하는 것이 고도의 기술.
자판기에 주로 사용되는 1금종 지폐식별기는 많은 수량의 지폐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고속판별이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입수율도 좋고 위폐배제율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액권인 경우 특히 고속으로 입금을 처리해야 하는 ATM의 경우는 대부분 소프트웨어적으로 지폐의 정사요소를 모두 검출해 위폐배제율을 높이기보다는 입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은행의 ATM 위폐입금 사건은 관련 업계에선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이후에 있었던 ATM시험에서 효성컴퓨터의 ATM이 위폐배제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효성컴퓨터측이 지폐계수후 1만원권을 광투과방식으로 한장씩 식별하면서 환류식의 경우 25포인트를, 비환류식의 경우 15포인트를 정사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액권 지폐식별기의 완전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은행에 설치된 대다수 ATM은 일본 다카미사와사나 글로리사 제품을 수입,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기 때문에 입수율과 위폐배제율 두가지 모두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공동노력이 선행된다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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