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방송시대`를 앞두고

전자통신, 뉴미디어기술은 최근 방송산업의 질과 양 모두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지난 30여년 동안 제한된 변화만을 강요받았던 지상파방송는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기술의 진보에 따라 엄청난 혁신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기존 방송미디어의 중심인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이 올해부터, 미국은 오는 98년부터, 그리고 일본은 2000년부터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 선진국의 경우 연구개발 및 실험을 통해 각종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규격 및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기술특허 뿐 아니라 방송시스템 등 전반적인 방송산업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금껏 정보통신부 주도로 디지털 위성방송의 시험서비스에 나서고 있을 뿐 디지털 라디오(DAB)나 디지털 지상파TV에 대해 관산학연간의 논의조차 이뤄진 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정통부는 오는 2001년부터 지상파TV와 FM방송을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하고 2010년까지는 AM라디오와 단파방송을 제외한 국내의 모든 방송을 디지털방식으로 바꾼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오는 5월부터 방송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각국의 기술기준 등을 파악해 올해 안에 디지털방식 세부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방송방식, 기술기준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디지털방송이 상용화할 경우 관련 방송송신장비 및 TV수상기, FM라디오분야에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약 20조원 이상의 수요창출효과가 일어나 국내 전자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수출산업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약 10분의 1의 적은 출력으로도 동일면적의 방송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용량 수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과 맞먹는 연간 1억6천5백만㎾의 전력절감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가 실용화에 이르기까지는 검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방송은 다채널화를 바탕으로 방송산업에 경쟁원리 도입을 촉진하는 한편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촉발시키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정비는 물론 과감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 추진과 개발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방송에 대한 기술개발, 실용화, 보급 등 제반 과정은 기술혁신과 함께 경제규모의 확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방송산업에 대한 기술진전과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방송사업자, 가전업체, 연구기관들이 공동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장이 요구된다.

아울러 디지털방송의 실현에는 차세대 고능률 압축 및 변조를 포함한 전송분배기술, 편집 및 소프트웨어 제작기술, 사용자기술, 사용자 관리기술, 대용량 메모리 등 기반기술 확보가 기술개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첨단기술에 대해 효과적인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방송 기술전문조직 또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태로 특히 경제성 있는 세트톱박스 보급 등 고객 위주의 정책전개가 요구되며 수용자 요구사항 분석을 통한 방송정책 결정, 아날로그 수신기나 고화질(HD)TV 수신기와의 양립성, 부가서비스를 시현할 수 있도록 이동수신 등의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에 가장 필요한 선결과제는 디지털방송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통신 및 방송사업자 구분에 대한 정비,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방송시장의 경쟁원리도입, 기술개발 촉진지원 등에 대한 기존의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놓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신과 방송을 총괄한 통합법이 늦어도 올해까지 제정돼 21세기 정보사회로의 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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